발광하는 인터넷 '정화'의 진짜 의미
문성준(민주노동당 정보통신부장)
지난 4월 10일 대우차 노조원에 대한 경찰의 폭력 만행을 담은 동영상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었던 것은 과연 인터넷의 힘이었다 할 수 있다. 물론 그 현장에서 뛰어다니며 한장면 한장면을 포착한 노동자의 노고가 우선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어쨌든 이렇게 '진실'을 누구나 볼 수 있게 한다는 인터넷이 진보운동 진영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던져준다. 그러나 이 글에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바는 인터넷이 진보진영에게 '축복'만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님을 말하고자 한다.
엉뚱한 듯하나 이렇게 말을 꺼내고자 한다. 4월 10일 대우차 노조원에 대한 경찰 폭력을 담은 동영상은 '청소년 유해매체'일 수 있다는 말. 아니 웬 '청소년 유해매체'? 노동과 자본이 충돌하고 국가권력이 폭력을 휘두르는 것과 청소년 문제가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필자도 글 읽는 이와 마찬가지로 이 두 가지는 관련이 없어야 '상식'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이 그 둘 사이에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도록 강요하고 있다면 황당한 얘기라고 치부하고 말 것인가.
아주 긴 이름의 법률,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통신질서확립법)'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긴 이름만큼이나 따분한 조항들로 가득한 이 법률을 뜯어보면 인터넷을 지배하고자 하는, 더 나아가 우리의 현장을 지배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국가보안법'임을 알 수 있다. 통신질서확립법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유해매체'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려면 '청소년 유해매체'임을 '전자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징역 2년 이하로 처벌하는 법률이다. 청소년보호법 상 '청소년 유해매체'라고 하며 소위 음란한 내용들, 즉 포르노를 연상한다. 포르노가 과연 청소년에게 유해한가하는 다소 논쟁적인 얘기는 접고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유혈이 낭자하고 살인적 폭력 장면(인터넷 내용에 등급을 매기는 어떤 기준에 의하면 '폭력2∼4등급'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이 정도의 등급을 인터넷에서 원천 차단하려고 하고 있다)이 가득한 대우차 노조원에 대한 경찰 폭력 만행 동영상이 '청소년 유해매체'인가? 결론은 청소년보호위원회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맘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청소년 유해매체'를 정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통신질서확립법에서 '청소년 유해매체'임을 '전자적으로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의 실제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자적 표시'라 함은 '내용차단-선별소프트웨어'가 인식하여 그 표시를 단 내용물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의미한다. 그 이름이 알려주듯이 '내용차단-선별소프트웨어'는 인터넷 이용자가, '청소년 유해매체'로 표시되거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시행할 '인터넷 내용 등급제'의 기준에 따라 인터넷 내용물에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학교, 도서관 등 공공장소와 PC방에 '내용차단-선별소프트웨어'를 설치하도록 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수많은 웹사이트와 동영상, 이미지, 텍스트들이 생겨난다. 문제는 어떤 내용이기에 차단되었는지 알 수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의 인터넷 전체를 포괄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가진다. 통신질서확립법의 이 조항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추진하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를 법적으로 강제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국가권력의 인터넷 통제·감시이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포르노와 같은 음란한 것들이 청소년에게 좋을 리 없으니 차단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그러나 통신질서확립법의 '청소년 유해매체' 표시 의무화 조항이나 '인터넷 내용 등급제'는 결국에는 포르노 사이트를 차단하지 못한다. 인터넷을 조금만 열심히 접속하다보면, 포르노를 소비하려는 이용자와 외국의 포르노 제공자가 있는 한, 외국의 포르노 사이트 접속을 궁극적으로 차단할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포르노야 거기서 거기이지만 대우차 노조원에 대한 경찰 만행과 같은 내용들-광주항쟁, 87년 노동자 대투쟁, 베트남전 등 수많은 역사적 진실들-이 '폭력적'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차단된다면 어디에서 볼 수 있겠는가? 음란물 차단에는 무능하면서 정치적 진실이나 문화적 생산물들은 차단하는 효과를 가지는 것이 과연 청소년 보호인가? 겉으로는 청소년 보호라는 탈정치화된 언어, 안으로는 정치적 음모로 가득한 것이 통신질서확립법이며 '인터넷 내용 등급제'인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차단-선별소프트웨어'는 근무시간에 음란 사이트와 증권 사이트를 접속한다는 이유로 이미 설치된 사업장들도 많다. 이렇게 설치된 '내용차단-선별소프트웨어' 설치 등 기술적 조치들은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롯데호텔 사업장에서 노조원은 민주노총 홈페이지와 롯데호텔 노조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다. 아시아나 항공에서는 노조원들이 회사 이메일을 사용하는 데에 제한을 두고 있다. 용산공무원직장협의회 소속의 공무원이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구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징계까지 받았다. 게다가 7월 1일 통신질서확립법이 시행되면 온라인 시위는 처벌받을 수 있게 된다. 인터넷은 어쩌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지 모른다.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돈을 벌려는 사업자의 배나 불리고, '조용히' 살라는 배부른 자들의 설교를 머리에 채우는 짓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인터넷을 '정화'해야 한다는 무리들의 속셈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7월 1일 시행되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를 막고 온라인 시위를 불법화하고 있는 통신질서확립법을 무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진보운동을 이끌어 가는 이들의 책임이다. 인터넷과 같이 정보기술을 이용한 검열과 통제는 노동과 자본의 투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검열과 통제는 자본의 지배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선 7월 1일을 맞이하는 투쟁에 동참하자. 6월 29일부터 진행될 '사이트 파업'에 민주노동당 사이트들과 당원이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들이 동참하길 제안한다. 사이트 서비스를 중단하고 검열과 통제의 칼을 들이민 자들에게 달려가 시위를 하자. 우리가 투쟁해야 우리의 인터넷을 만들 수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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