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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4076
글쓴날 : 2001-06-22 20:19:22
글쓴이 : 이동하 조회 : 194
제목: [펌/오마이뉴스] 찢겨진 표현의 자유, '포성없는 문화전쟁'

아래 기사는 아직 OhmyNews 편집진이 공식기사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생나무
기사에 대한 명예훼손 책임은 전적으로 해당기자에게 있습니다.
(밤 9시부터 아침 9시까지는 편집진의 1차 검토를 거치지 않은 기사의 경우 제목만
볼 수 있습니다.)



찢겨진 표현의 자유, '포성없는 문화전쟁'

미술교사, 1인시위, 가수 박진영 사건에 대해


안성배 기자 neteople@hanmail.net ?

지금 문화계는 전쟁에 휘말려 있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소리없는
'문화전쟁'이다. 한 쪽에서는 '나쁜 것', '유해한 것'을 보지 않을 권리를 근거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편에서는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존중을 내세워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한 싸움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반복적으로 재현돼 온 해묵은 쟁투다. 그렇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국가기구들이 창작물의 사상을 주로 문제삼음으로서
벌어졌던 예전의 전쟁과는 달리 현재 진행중인 '문화전쟁'은 국가기구들의 개입이
노골적이지 않은 대신 '도덕적인 기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띤다. 요 며칠
새 이러한 양상을 잘 드러내 주는 몇몇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0일부터 정보통신부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1인 시위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절절한 외침 가운데 하나다. 오늘은 강내희(문화연대 정책기획위원장)
씨가 1인 시위에 나섰다. 7월부터 시행되는 통신질서확립법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 '인터넷 내용등급제'라는 검열장치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온라인 시위 합법화도 요구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디지털 문화도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1일에는 홈페이지에 누드사진을 게재해 논란을 빚었던 김인규 교사에 대한 강제
직위해제에 항의해 문화연대와 민예총이 충남교육청을 항의방문하는 일이 있었다.
이들은 충남교육청의 결정이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고, 개인의 창작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충남교육청 교육국장
등은 김인규 교사가 '품위를 훼손'했기 때문에 직위해제 조처는 당연하다고
맞섰다. 전문가와의 사전 협의 없이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서도 잘못된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기윤실)는
"대중가요음란저질화를우려하는시민사회단체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박진영의
6집음반 <게임>이 청소년에게 섹스를 선동한다며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연소자불가
판정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가수 자신이 섹스를 노래하고
있다고 여러 신문을 통해 밝혔다"는 점을 근거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재심의를
통해 '연소자이용불가' 결정을 내려주시고, 그에 합당한 행정적 조치를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청소년보호위원회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고시하고,
청소년들에게 음반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법적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 성명서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이 살벌한 전쟁에서 "...내려주시고...
취해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이 피아(彼我)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높임말이
곳곳에서 쓰이고 있어 흥미롭다. 그러나, 이런 흥미로움은 "무질서한 음반시장의
저질화를 근본적으로 쇄신하기 위해 음반의 사전등급분류 의무화운동을 비롯한
각종 제도개선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이들의 각오 앞에서 다시 싸늘해진다.

이것이 전쟁이다. 어느 편이 옳은 걸까? 전쟁은 민심을 얻는 편이 이기는 것. 이번
전쟁은 대중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양측이 총력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확전일로의 태세가 역력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싸움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난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만 느끼기엔
뭔가 찜찜함이 남는다. 우리 자신도 언제나 이 전쟁의 한 가운데서 총알받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뭔가를 표현하고 싶을 때 우리는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
전장터로 뛰어들게 되고, 집중포화를 맞게 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가 시대착오적임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나쁜 것', '유해한 것'을 판단하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은 배제한 채 탄압부터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판단 주체가 누구인지도 분명치
않다. 도덕주의나 인간주의의 얼굴을 하고 들이미는 '건전한 시민의식' 같은
개념들도 추상적일 뿐이어서 '합리적 제한'을 넘어 '탄압'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쓰일 뿐이다.
그런데도 전쟁은 팽팽하다. 왜일까? 혹시 우리들이 너무 오랫동안 방관자로만
있어왔던 탓은 아닐까.				
						

2001/06/22 오후 7: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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