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6일 개최되는 토론회 <정부의 인터넷 내용규제와 표현의 자유, 무엇이
문제인가?> 의 발표문입니다.
* 각주, 표, 그림 등 전체자료는 4114 번 첨부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넷 자율규제의 의미와 향후 과제
황성기 /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법학박사
1. 인터넷 내용규제에 있어서 자율규제의 의미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환경이 조성되면서, 그에 대한
규제방식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식에 대한
시도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대표되는 매체환경의
변화가 '청소년의 보호'라는 규제목표의 변화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즉
청소년보호라는 규제목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단지 그 규제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의 변화가 요구될 뿐이다.
다만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첫째, 매체의 특성이다. 즉
청소년보호를 위한 규제시스템이 규제의 효율성과 표현의 자유의 극대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매체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표현물 규제시스템은 청소년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위험성을 내포할 수도
있다. 둘째, 규제수단의 효율성이다. 규제수단의 효율성은 청소년보호라는
규제목표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한, 그 목표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결국 이
두 가지 변수로 인하여 규제방법의 변화는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오늘날 위와 같은 규제방법의 변화와 관련하여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 자율규제방식이다. 이와 관련하여 토론자는 자율규제를 '자유방임'이 아닌
"민간영역이 전통적인 정부영역에 해당되었던 규제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규제의 합리화 및 효율성을 추구하는 규제방식"으로 이해하고 싶다.
즉 불법정보에 대한 종국적인 규제권한은 여전히 국가가 가지고 있고, 단지
민간영역이 주도하는 자율규제시스템은 민간영역의 구성원들에 대해서 자신들의
책임의 범위 및 한계를 명확히 하고(responsibility), 불법정보를 발견하여
사법기관에 신고하며(reporting), 인터넷상의 청소년유해정보로부터 청소년의
접근을 통제하기 위한 적절한 컨텐츠분류체계(rating)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터넷을 보다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규제방식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자율규제방식은 정부영역의 지원 없이는 결코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자율규제는 민간영역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자율규범과
이의 준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분명히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율규제시스템의
구축은 가능한 한 정부영역, 사업자영역, 이용자영역(자율규제기구 포함)들간의
상호협조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는 상호보완적인
장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자율규제시스템 구축의 기본전제 및 기본과제
(1) 자율규제시스템 구축의 기본전제
자율규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기본전제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들 수 있겠지만,
일단 민간영역(사업자 및 이용자)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규제기관의
권한행사에 있어서의 예측가능성보장을 들 수 있다.
우선 인터넷사업자영역과 이용자영역으로 구분되는 민간영역은 자율규제를
운영하는 주체인 동시에 자율규제의 규율대상이 되는 객체가 된다. 자율규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자율규제의 주체이자 객체인 민간영역은 청소년보호와 관련된
자신의 책임(responsibility)과 의무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인식 없이는, 정부영역의 지원과 정책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한편 자율규제시스템이 정착되고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특히 규제기관의
권한행사가 예측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규제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규제권한의 융통성 있고 신중한 행사가 필요하다.
규제기관에 의한 규제권한의 발동이 융통성 있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그 운영의 경직성이 자율규제의 정착을 위한 토대마련에 있어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기관의 권한행사에 있어서의 예측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행동강령에 의한 자율규제나 자율심의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본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즉 행동강령은 자율규범이기 때문에,
행동강령에 의한 자율규제나 자율심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법집행의 대상에서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행동강령에 의한
자율규제나 자율심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컨텐츠의 내용에 대한 법적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점은 바로 자율규제의 한계로서도 작용하는데,
결국 자율규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규제기관의 합리적인 권한행사가 필수적이게
된다.
그런데 현재까지의 규제기관에 의한 규제권한의 행사는 다소 경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1998년의 이승희씨 누드사진 사건, 1998년의 PC통신회사의
성인마당사건, 올해 초의 성인인터넷방송사건에서부터, 최근의 김인규 교사 사건과
아이노스쿨 사건까지, 규제기관의 규제권한발동은 이러한 예측가능성을 보장해
주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여지가 크다. 더 나아가서 최근의 김인규
교사사건과 아이노스쿨 사건의 발단이 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상의
불온통신조항은 위헌적 요소가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앞으로의 과제
인터넷 내용규제와 관련하여 오늘날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내용규제시스템에
있어서 국가 내지 법의 역할문제'이다. 토론자의 생각으로는 인터넷상에서의
내용규제시스템과 관련해서는 법에 의해 담보되는 '규제'에 대한 관념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즉 국가 내지 법에 의해 강제되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규제관념은 이제 국가에 의한 '서비스'라는 관념으로 바뀌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결국 인터넷상에서의 내용규제는 시민사회의 자율적인 행동에 의해
담보되어야 하고, 다만 국가는 이러한 자율규제가 제대로 혹은 실효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이제는 국가가 주도하는 전통적인 규제방식은, 매체환경의 변화로 인해, 헌법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효율성 내지 현실적인 관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기
때문이다. 설령 국가의 규제가 여전히 필요한 영역이더라도, '매체규제의
합리화'라는 관점에서 기존의 규제시스템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율규제 중심의 규제시스템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앞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두 가지 존재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특히 언론분야와 관련해서는 '자율규제'의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그동안의 언론관련법들은 언론을 억압해 왔지
자율규제의 능력을 육성하는 데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국가가 주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점점 자율규제의
경험을 축적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자율규제의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자율규제 중심의 규제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할 때, 국가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만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것은 개별 사안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도출해야 하지만, 결국에는 입법을 통해서 구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지속적인 비판과 연구가 필요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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