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내용 등급제'에 대한 내용을 보고나서,
정보통신부와 정보 윤리 통신위원회, 청와대..그런 사이트들을 돌아다녀봤다.
예전에는 그다지 친근하지 않던 그 홈페이지들을 보면서,
그리고 '인터넷 내용 등급제'라는 새로운 제도적 장치를 보면서
한가지 의문이 생기는 점은,
학교를 중퇴한 아이들의 모임인 아이노스쿨이 폐쇄되었다는 것보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모여드는 자살사이트들이 단속되었다는 사실보다,
이반이 퇴폐2등급으로 분류되었다는 사실보다,
어떤 이유에서 이 사이트들을 퇴폐, 음란 혹은 '불온'한 것으로 간주했느냐에 대한
점이다.
학교를 중퇴한 아이들이 생겼다면,
왜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거나 가기 싫었고,
아니면, '학교'라는 제도적 교육기관 자체에 뭔가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볼 수는
없었을까?
자살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자살하지 않도록,
더욱 살고 싶은 혹은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어야 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어떤 기업에 대한 파업을 조장하는 혹은 선동하는 사이트가 있다면.
그 내부적인 문제를 살펴보고 나서,
파업이 일어나지 않는, 일하고 싶은 나라로 먼저 만들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한국을 버리고 우리 나라를 떠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면,
북한에서도 목숨을 걸고 망명을 시도하는 이 나라를,
왜 자신들이 태어난 나라를 등져야 하는,
그 사연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동성애자들만의 공간이 이루는 사이트가 있다면,
그것이 '퇴폐'라는 평가를 내리기 이전에,
그리고 그것이 '동성애=포르노'와 다름아닌 것으로 인식하기 이전에,
'동성애=이성애' 그리고 '동성애 포르노=이성애 포르노'라는 등식이
먼저 성립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영화나 음반, 비디오에 내려지는 등급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왜냐하면 그것은 곧 현실이고 사실이기 때문이며,
사람들이 겪는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적나라한 것은 항상 충격을 주지만,
알고 보면 그것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사실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느 영화에 나왔던 대사를 말하고 싶다.
(물론 이것은 내가 봐도 되는 그런 수준의 등급이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지만, 요즘에는 법을 어긴 만큼 벌을 받는다'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라는 법률적 효력을 가지는 새로운 제도가 생긴다.
그리고 그 제도는 '죄'가 아닌 사람들을
'죄'로 몰아감으로서 '벌'을 받게 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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