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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4660
글쓴날 : 2001-08-09 01:06:44
글쓴이 : 이동하 조회 : 201
제목: 메일링에서 퍼온글 4. (최승훈 님의 글에 대한 제 허접질문)

안녕하세요. 이동하입니다. (잘 안 보내진 것 같아 다시 보냅니다.)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좀 있군요...


> 저는 등급제가 자율규제 장치이며, 따라서 그것을 결정하고 집행하며 평가하는
모든 규제 과정이 민간 영역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법의 한계를 너무나 단순하게 생각하는 결과입니다. 그리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등급시스템 운영 주체이기 때문에 등급제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는 주장도 1)등급제의 원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2)자율규제가 대안적
내용규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의할 수
없습니다.

-----
등급제가 <자율규제 장치이기 때문에>, 모든 규제과정이 꼭 민간 영역에서만
이루어져야 할 필요는 없으며, 국가도... 엄밀히 말하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도
나름의(?) 등급을 작성하고 배포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그렇다면...

1. 과연 등급제가 자율규제 장치일까요? 아니, 아무리 자율을 추구하더라도,
자율적이 될 수 있을까요? 님께서는 PICS 기반의 등급시스템이 독점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고 있지만... 여기에 동의한다 손치더라도, <등급>이라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권력작용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을 것 같군요.

2. 자율규제 장치라는데, 왜, <법의 한계>가 자율적 영역에 간여해야하는지 이해가
잘 안되는군요. 님께서는 <내용선별서비스의 활성화>라고 말씀하시지만, 제 눈에는
차라리 이것이 국가주도의 규제방식과 다름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인터넷
유저가 현재의 (상업적인) 내용선별서비스에 거의 아무런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것은 뻔한 사실입니다.
-----

> 자율규제가 대안적 내용규제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은 이미 초기의
소박한 파워유저의 커뮤니티가 아니며,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미디어입니다.
규제를 단순하게 반대하는 시각은 더 과도한 규제를 불러오는 "규제의 뒷면"일
뿐입니다. 저는 지난 6월26일 토론회가 많은 부분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인터넷에 대한 규제방식 전체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가
전면에 등장한다는 것은 더 이상 반대의 구호로는 전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대안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어떠한 규제방식은 반대한다가 아니라
이러한 규제방식이 올바르다 혹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방식이다는 쪽으로
논의가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논의의 이동에 있어 자율규제 관련
논의가 좋은 전환점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대안>이란 무엇입니까? 님의 말씀에는 이미 '인터넷에는 차단될 필요없는 좋은
정보와 차단되야하는 나쁜 정보가 있다'는 가정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분법에 근거하는 한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은 반드시 규제-보다 더 명확히
말하자면, 특정한 표현물의 생산과 유통, 수용을 제한하는 권력작용으로 귀착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국가에 의한 것이든, 교사에 의한 것이든, 부모에
의한 것이든, 독점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든, 비독점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든...)

과연 이러한 가정이 옳은 것인지, 혹은 의미있는 것인지 저로서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납득할 수 없는 <불온통신>의
이유로 특정한 사이트들을 폐쇄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 제 생각을 잠깐 말씀드렸긴 하지만, 그보다는 이 메일링리스트에 가입해 있는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 인터넷에서 과연 좋은 정보/나쁜 정보의 구분이 가능하며, 그런 구분이 필요한
일일까요?
-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불법정보가 아니라) 나쁜 정보에 대한 규제를 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입니까?
- 혹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현실적으로 인터넷 유저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규제시스템이라는 게 존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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