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승훈입니다^^;;
이동하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먼저 짧은 생각이지만 물어보신
문제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 등급제가 <자율규제 장치이기 때문에>, 모든 규제과정이
꼭 민간 영역에서만 이루어져야 할 필요는 없으며, 국가도... 엄밀히 말하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도 나름의(?) 등급을 작성하고 배포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그렇다면...
> 1. 과연 등급제가 자율규제 장치일까요? 아니, 아무리 자율을 추구하더라도,
자율적이
될 수 있을까요? 님께서는 PICS 기반의 등급시스템이 독점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고 있지만... 여기에 동의한다 손치더라도,
<등급>이라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권력작용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을 것
같군요.
> 2. 자율규제
장치라는데, 왜, <법의 한계>가 자율적 영역에 간여해야하는지 이해가 잘
안되는군요. 님께서는 <내용선별서비스의
활성화>라고 말씀하시지만, 제 눈에는 차라리 이것이 국가주도의 규제방식과
다름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인터넷 유저가 현재의
(상업적인) 내용선별서비스에 거의 아무런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것은 뻔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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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ICS기반의 등급시스템을 자율규제 장치라고 보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자율규제를 "정부의 규제 권한을 민간영역에
위임하는 경우"라고 정의할 때, PICS 기반의 등급시스템은 두 가지
의미에서 자율규제 장치로 기능합니다. 첫 째, PICS기반의 등급시스템은 컨텐츠의
유해성에 대한 판단권한을 정부에서 이용자에게로 이동시킵니다.
PICS기반의 등급시스템에서 이용자는 복수의 등급시스템(혹은 등급템플릿) 중에서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등급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으며, 해당
등급시스템 내의 등급기준을 적용하여 자신이 선택할 컨텐츠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으며, 자신이 등급기관의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둘 째,
PICS기반의 등급시스템은 청소년유해정보 유통의 전 과정(내용의 판단, 표시 및
선별)을 민간영역에서(혹은 시장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제한을 위한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이론적인 내용입니다.
제가 판단컨데, 첫번째
기능은 등급시스템이 작동하는 환경과는 관계없이 구현되는 일반적인 기능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후자의 기능은 해당 등급시스템이 작동하는 환경에
큰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법제도적 환경과, 등급운영기관의 정책, 이용자들의
참여, 사용자들의 책임의식, 사업자 자율규제 기구의 존재 유무..
등에 의해 등급시스템의 규제위임적 성격이 나타날 것입니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자율등급제는 아직 효과적인 자율규제 장치로 자리잡고
있질 못하며, 등급표시와 내용선별 양측면이 모두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등급이라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권력작용이라는 점을
지적하셨는데, 거시적인 의미에서 정부권력을 말씀하시는 건지 사회에 내제된 모든
권력구조를 통칭해서 말씀하시는 건지 잘 알수가 없습니다 제 생각에
전자의 정부권력을 말씀하셨다면, 그러한 권력의 분산을 지향하는 좋은 모델로
등급제를 흥미있게 바라보실 필요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후자의 측면에서 말씀을 하셨다면, 저는 어떤 대상을 규정하고 판단하고 거기에
따라 규율을 부과하는 것 자체를 피할 수도 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경우에도 그러한 권력의 주체나 구조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면, PICS기반의 등급시스템이 대단히 탈중심적이며, 분권적인
권력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2. 자율규제는 비규제(un-regulation) 혹은
탈규제(de-regulation)와는 다릅니다. 다시 말해 자율규제가 정부규제의
안티테제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법의 한계를 너무나 단순하게
생각한다고 한 것은, 좀 소박한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법 혹은 제도를 단순히
지배권력의 의지를 표현하는 매개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
말을 통해 인터넷에 있어서 자율규제의 장치들을 법을 대체할 수 있는 원천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했습니다. 자율규제는 인터넷 컨텐츠의 통제에 있어서, 정부, 시장, 그리고
이용자가 각자의 책임을 분담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율규제 장치들은 이용자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기능을 합니다. PICS기반의
등급표시를 이용하는 내용선별이 그러하고, 이용자의 컨텐츠 관련 불만을
처리하는 인터넷 핫라인 역시 이용자의 권한을 강화하는 장치입니다.
인터넷 유저가 현재의 내용선별 시스템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이는 인터넷내용등급제의 기술기반인 PICS와 PICSRules를 잘못
이해하는데서 오는 오해입니다. 이용자는 자신이 특정한
등급시스템을 선택함으로써, 그리고 PICSRules를 이용해 선별과정을 지배함으로써
등급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는 이용자 개인
혹은 이용자 단체의 수준에서 모두 가능합니다.
> <대안>이란 무엇입니까? 님의 말씀에는 이미 '인터넷에는
차단될 필요없는 좋은 정보와 차단되야하는 나쁜 정보가 있다'는 가정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분법에 근거하는 한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은
반드시 규제-보다 더 명확히 말하자면, 특정한 표현물의 생산과 유통, 수용을
제한하는 권력작용으로 귀착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국가에 의한 것이든, 교사에 의한 것이든, 부모에 의한 것이든, 독점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든, 비독점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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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정당성에 관한 이동하님의 생각은 굉장히 분명하고도 직선적인 것
같습니다. 먼저 국가에 의한 규제, 교사에 의한 규제, 부모에 의한 규제는 각각
모두 다른 규제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내용 규제에 있어서
독점적으로 이루어지는 규제절차와 규제절차의 분산과 각 규제 주체들간의 협력은
굉장히 중요한 테마입니다.
모든 규제가 다 정보의 유통을
제한하는 권력작용에 불과하다면, 좀 단순하게 말해서 시장에 맞겨 두어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규제적 개입이 바로 시장의
실패를 근거로 제시된다는 점을 먼저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표현물의 규제의 경우, 경제적 (자율)규제와는 또 다른 문제, 다시
말해 시장 혹은 경제생활의 조절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들과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것은 "산업화의 치명적인 결과로부터 사람 혹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자율)규제의 요청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포르노 사이트가 독점때문에 규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EC의 고위관료인 오레야(Oreja)라는 사람은 이러한 의미에서의 규제의
정당화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에서 매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는데서
출발해야 함은 물론이다. 매체는 단순히 사건과 문제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훨씬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매체는 또한 사회를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 매체는 사회의 관념과 신념의 체계는
물론 심지어 시민들이 지각하고 그들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에 개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말이라는 의미 뿐 아니라 시각적 상징적인 의미에서-를
형성하는데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거기에는 우리 사회뿐 만 아니라 유럽
차원에서 보존해야 할 몇 가지 공익적 목표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소유권(ownership)의 다양성에 대한 보장,
공정성과 효과적인 경쟁의 보장, 프라이버시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개인의 권리 보호 및 지적소유권의 보호, 소비자의 개인적 선택 및
정보 접속의 극대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으로 미성년자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매우 엄격한 보호가 그것이다"
저는 규제의 정당성 문제와 규제방식의 문제는 어느정도 다른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이며,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문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대안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린 것은 그러한 규제방식의 문제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규제의 정당성 역시 얼마든지 문제삼을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 문제를 어느정도는 구분해서 얘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정보 나쁜 정보에 관한 이동하님의
지적은 상당히 부적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게시판에서 답변한
쓰렉님의 말씀처럼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겠지요... 불법정보 혹은 유해정보의 구분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공동행동에서 불법정보의 문제(이를테면, 국가보안법 위반, 형법의
음란죄 등)보다 청소년유해정보(사실상 성인에게는 유통가능한)에만 유독 집착하는
이류를 솔직히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자유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라면, 불법정보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청소년유해정보의 경우, 그것이 불법적인
정보는 아니기 때문에 성인에 대한 유통을 제도적으로 보호합니다.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규제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청소년유해정보의 규제 문제에 규제 정당성을 들이대는 것은
결국 공익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옮기는 문제이며, 이는 지금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제기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동하님의 글을 읽고 답하면서 저 또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규제 정당성에 대해 이동하님의 가지고 계신 생각을 좀 더 들어 보고
싶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