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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게시판

국가권력과 상업적통신망의 검열과 검열에 맞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모든 의견을 소통하고 논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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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4680
글쓴날 : 2001-08-10 18:06:35
글쓴이 : 이동하 조회 : 196
제목: 메일링에서 퍼온 글 6. (최승훈 님의 답변에 대한 재질문)

안녕하세요, 이동하입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그런데, 역시, 질문드릴 것이 더
있는 것 같군요... 

> 1. PICS기반의 등급시스템을 자율규제 장치라고 보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자율규제를 "정부의 규제 권한을 민간영역에
>위임하는 경우"라고 정의할 때, PICS 기반의 등급시스템은 두 가지 의미에서
>자율규제 장치로 기능합니다. 첫 째, PICS기반의 등급시스템은 컨텐츠의
유해성에
>대한 판단권한을 정부에서 이용자에게로 이동시킵니다. PICS기반의
>등급시스템에서 이용자는 복수의 등급시스템(혹은 등급템플릿) 중에서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등급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으며, 해당 등급시스템 내의
>등급기준을 적용하여 자신이 선택할 컨텐츠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으며, 자신이
>등급기관의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둘 째, PICS기반의 등급시스템은
>청소년유해정보 유통의 전 과정(내용의 판단, 표시 및 선별)을
민간영역에서(혹은
>시장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제한을 위한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 

----- 
님의 표현대로 이 말씀은 그야말로 <이론적인 내용>입니다. 기술적 표준이
관철되는 데에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필수적인 조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복수의
등급시스템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자율>이 될 수 있을까요? 자기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등급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왜 등급을 필요로
하겠습니까? 여기 "A"라는 청소년이 있다고 합시다. 이 친구가 PICS 등급 시스템
중 어떤 등급시스템을 선택하는 경우, 순수히 자의로 선택할 수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자기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든 부합하지 않든) 인터넷에서의 많은 컨텐츠를 보고 스스로 판단하지,
자신이 보면 안될 범주를 미리 선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A"라는 청소년이
특정한 등급시스템을 선택할 경우, 그것은 자신의 가치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A"라는 친구를 둘러싸고, 훈육시키려는 권력들에 의해서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들어 "A"가 동성애에 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등급제를 선택한다고 합시다.
부모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 그리고 등급이라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권력작용이라는 점을 지적하셨는데,
>거시적인 의미에서 정부권력을 말씀하시는 건지 사회에 내제된 모든 권력구조를
>통칭해서 말씀하시는 건지 잘 알수가 없습니다 제 생각에 전자의 정부권력을
>말씀하셨다면, 그러한 권력의 분산을 지향하는 좋은 모델로 등급제를 흥미있게
>바라보실 필요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후자의 측면에서 말씀을
>하셨다면, 저는 어떤 대상을 규정하고 판단하고 거기에 따라 규율을 부과하는 것
>자체를 피할 수도 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경우에도 그러한
>권력의 주체나 구조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면, PICS기반의 등급시스템이 대단히
>탈중심적이며, 분권적인 권력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국가권력과 다른 미시적인 권력들은 분리해서 표현할 수는 있지만,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초등학교를 갓 입학하는 학생들이 제일 처음에
겪는 일이, 일렬로 줄세워지는 것이라는 사실이나,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굉장히
빈번히 어른들에 의해 '무뇌아' 취급을 당한다는 사실 등등이 국가의 지배방식과
별개인 문제가 아닙니다. 님께서는 규율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중앙집중적인 권력에 의한 규율이든, 분권적인 권력에 의한 규율이든, 훈육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느 것도, 자신의 지배당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죠.
님께서
보다 나은 규율에 대해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제 눈에는 그게 더
무섭습니다. 분권적인 권력의 등급제란, 정부가 독점하던 감시의 시선에서 훨씬
더
가깝고 더 많은 감시의 시선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넷 유저가 현재의 내용선별 시스템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이는 인터넷내용등급제의 기술기반인 PICS와 PICSRules를 잘못
>이해하는데서 오는 오해입니다. 이용자는 자신이 특정한 등급시스템을
>선택함으로써, 그리고 PICSRules를 이용해 선별과정을 지배함으로써
등급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는 이용자 개인 혹은 이용자 단체의 수준에서 모두
>가능합니다. 

----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몇 개의 등급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해서 자율은
아닙니다. 스타크를 하든, 듄2를 하든 킹덤언더파이어를 하든,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1번 등급제를 선택하든, 2번
등급제를 선택하든, 3번 등급제를 선택하든, 게임의 룰은 이미 정해져 있고, 어떤
것을 선택하든지 간에 그것은 그 게임의 룰에 의해 행동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제
말씀은 그 게임의 룰과 그에 동의할 것을 (현실적으로) 강요당하는 상황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 규제의 정당성에 관한 이동하님의 생각은 굉장히 분명하고도 직선적인 것
>같습니다. 먼저 국가에 의한 규제, 교사에 의한 규제, 부모에 의한 규제는 각각
>모두 다른 규제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내용 규제에 있어서
>독점적으로 이루어지는 규제절차와 규제절차의 분산과 각 규제 주체들간의
협력은
>굉장히 중요한 테마입니다.
> 모든 규제가 다 정보의 유통을 제한하는 권력작용에 불과하다면, 좀 단순하게
>말해서 시장에 맞겨 두어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규제적
>개입이 바로 시장의 실패를 근거로 제시된다는 점을 먼저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표현물의 규제의 경우, 경제적 (자율)규제와는 또 다른 문제,
>다시 말해 시장 혹은 경제생활의 조절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들과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것은 "산업화의 치명적인 결과로부터 사람 혹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자율)규제의 요청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포르노 사이트가 독점때문에 규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EC의
>고위관료인 오레야(Oreja)라는 사람은 이러한 의미에서의 규제의 정당화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에서 매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는데서 출발해야 함은 물론이다. 매체는 단순히 사건과 문제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훨씬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매체는 또한 사회를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 매체는 사회의 관념과 신념의 체계는 물론
>심지어 시민들이 지각하고 그들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에 개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말이라는 의미 뿐 아니라 시각적 상징적인 의미에서-를 형성하는데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거기에는 우리 사회뿐 만 아니라 유럽 차원에서 보존해야 할
>몇 가지 공익적 목표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소유권(ownership)의 다양성에 대한 보장, 공정성과 효과적인 경쟁의 보장,
>프라이버시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개인의 권리 보호 및 지적소유권의 보호,
>소비자의 개인적 선택 및 정보 접속의 극대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으로 미성년자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매우 엄격한 보호가 그것이다" 

----- 

직선적이라 함은 단순하다는 말씀이겠죠? ^^ 

1. <규제주체들간의 협력>에서 과연 규제당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어디있습니까?
제
눈에는 그 <규제주체들간의 협력>이 보다 효과적인 규제를 위한 규율권력들의
카르텔로 보이는군요. 

2. <시장의 실패>란 무슨 말씀입니까? 시장이 효과적으로 불온통신, 유해정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이야기겠죠? 그러나, 그런 것은 <실패>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포르노사이트를 보고 한껏 성적으로 고무된 청소년이 있다고 해서,
그런
것을 실패라고 생각한다면, <성공>이라는 것은 나이와 성별 혹은 기타의 기준에
의해서 수용될 수 있는 정보의 한계가 미리 주어지는 사회를 말하는 것 아닙니까?
저 같으면, 차라리 망가진 인생을 살더라도, 성공하고 싶지 않습니다. 

3. 그 인용문에서 근대 이래 유럽에서의 이성주의의 냄새가 물씬 풍겨지는군요.
공익적 목표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엄격하게 보호한다면서 어째서,
자신이
보호하는 그 인간들이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존엄성을 그토록
훼손시킬 수 있습니까? 

> 저는 규제의 정당성 문제와 규제방식의 문제는 어느정도 다른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이며,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문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대안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린 것은
>그러한 규제방식의 문제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규제의
>정당성 역시 얼마든지 문제삼을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 문제를 어느정도는 구분해서 얘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그것은, 다른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한 쪽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것의 정당성을 논의하는것이 별개의
차원에서 다루어질 수 있단 말입니까? 다시 말하자면, 어떤 방식으로든 기술적
규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더러, 보다나은 규제기술을 논의하자는
말씀입니까? 

> 좋은 정보 나쁜 정보에 관한 이동하님의 지적은 상당히 부적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게시판에서 답변한 쓰렉님의 말씀처럼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겠지요... 불법정보 혹은 유해정보의 구분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공동행동에서 불법정보의 문제(이를테면, 국가보안법
>위반, 형법의 음란죄 등)보다 청소년유해정보(사실상 성인에게는
유통가능한)에만
>유독 집착하는 이류를 솔직히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자유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라면, 불법정보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청소년유해정보의 경우, 그것이 불법적인 정보는 아니기
>때문에 성인에 대한 유통을 제도적으로 보호합니다.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규제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청소년유해정보의 규제 문제에 규제 정당성을 들이대는 것은 결국 공익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옮기는 문제이며, 이는 지금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제기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불법정보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만.... <더>
중요하다는 말씀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청소년유해정보에 국한해서 말한다
하더라도, 유해매체물의 판단기준의 자의성에 대한 문제는 결코 없어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등급제에 관한 이야기만 했지만, 그 등급제를 추진하는 기관이 
이인규 선생님의 홈페이지와 아이스쿨넷을 폐쇄시켰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판단이 얼마나 자의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보다 나은 규제기술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그것의
정당성을 문제삼는 것 자체에 대한 반론이 될 수 없습니다. 저는 규제기술에 관한
논의를 할 능력이 없고,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규제의 사회적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되었으면 합니다. 

... 본의아니게 제 생각을 굉장히 장황히 설명한 것 같군요... 개인적으로 말을
조금은 아끼고 다른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고 싶은 바램이 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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