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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4719
글쓴날 : 2001-08-13 23:24:49
글쓴이 : 이동하 조회 : 389
제목: [펌] 소리바다 기소건에 관한 글...

다음 글은, 한글 리눅스 문서 프로젝트 (KLDP) 사이트의 geekforum 에서 퍼온
글입니다. (주소는 http://geekforum.kldp.org 입니다.) 여기는 (기술적인 면에서)
고수 분들이 많아서, 제가 종종 들러보곤 하는 곳인데요... (물론 허접한 글도
많습니다. ^^;;) 윤웅기  법무관이란 분께서 소리바다에 관한 문학적인(?) 글을
올리셨더군요. 윤웅기 법무관 님은 이전에도 냅스터와 같은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에 관해 좋은 글을 쓰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님이 아마 특허청인가에
근무하고 계실걸요...?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

* 소리바다 사건을 지하철 신문 돌려보기로 은유해 서 접근한 글입니다.

지하철 선반을 철거하라고? - 소리바다 저작권법위반 공방

지하철 문이 열린다. 사람들은 차량이 완전히 정차하기 전부터 살펴놓았던 그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4-5초 내  숨가쁜 경보 경기를 한다. 골인에 성공했건
실패했건 심적 안정기가 찾아오고 마주 편에 앉아 있는 사람과 좌우의 사람들을
무심코 보게 된다.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뭔가 그럴듯한 초점을 찾아 헤매는 눈에
가장 먼저 포획되는 것은 미소년, 미소녀의 얼굴일지 모르나 그 칸에 그런 얼굴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바로 이 것-즉 누군가가 쫙 펼쳐 들고 읽고 있는 스포츠
신문이나 일간지-에 눈동자가 가게 될 것이다.

신문을 들고 읽는 이의 건너 편에 앉아 있거나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나름대로
샅샅이 신문의 내용을 공유하면서 볼 수 있다. 물론 읽는 도중 그 신문을 보고
있는 사람이 다른 장으로 넘기거나 들고 내려 버리는 위험성이 있긴 하다. 신문을
읽는 사람의 좌우에 앉은 사람들은 보다 편하게 내용을 볼 시야를 확보하는 행운을
누리곤 한다. 다만 너무 노골적으로 고개를 빼고 보면 신문을 들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눈총을 받아 조금 꺼림직 해질 때도 있다. 

신문과의 위치에 따라 가독력과 거리낌 사이의 함수관계가 변동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략의 큰 글자들만 건져도 어제 박찬호 경기에서 승수를
올렸는지, 피서지 인파가 얼마나 되었는지, 국회의원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개봉
영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의 알찬 정보들을 눈 동냥만으로 챙길 수 있다는 것은
고독하고 답답한 지하철 공간 속 가고 있으나 서 있는 듯 보이는 사람들간에
은밀히 공유되어지는 정보탐색의 주요한 모습이다. 

런던이나 뉴욕의 지하철에서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나라 지하철의 선반은
007가방이나 우산 또는 보따리 말고도 종종 누군가가 읽고 난 신문이 올려지곤
한다.  그래서 초점을 찾아 헤매는 눈동자들은 신문을 들고 있던 이가 지하철에서
내릴 때 그 사람이 들고 있던 신문의 향방을 예의 주시한다.

선반 위에 신문이 올려진다. 사람들은 사람이 완전히 하차하기 전부터 찜 해
놓았던 그 주인 떠날 신문을 차지하기 위해 4-5초 내 숨가쁜 경보 경기를 또 한다.
 신문을 차지한 그 두번째 사람은 작은 고마움?을 느끼고 그제서 두 눈동자를
마음껏 굴리면서 길고 지루한 지하철 속의 시간을 정보로 채운다.  그런 동안에도
지하철 문은 계속하여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며 수많은 두 눈들이 신문을 눌러
싸고 정보를 캐어 가기 바쁘다.  

두 번째로 신문을 들고 있던 이가 내릴 역이 다가 온다. 그 사람이 그 신문을 다
못보았기  때문에 가져 갈 지 아니면 첫번째(사실은 그 사람이 가판대에서 신문을
돈 주고 직접 산 첫번째 독자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자가 누가 있으랴만)
사람처럼 다음 사람을 위해 선반에 놓고 내릴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지하철 밖에
비가 오거나 화장지가 없거나 해서 그 신문을 정보 획득이외의 다른 용도로 쓸
것이 아니라면 두고 내릴 확률은 확률자체로는 높아 지리라.

선반에 신문이 올려 지거나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신문을 같이 보고
있는가와 상관없이 역사에는 신문 가판대가 설치되어 있고, 지하철 안에서도 신문
파는 청년의 소리가 들려 온다. 오늘 자 석간신문 있어요

향간의 세무조사로 인해 자금이 딸린 신문사들이 돈을 더 벌 수단을 찾기
시작했다고 가정하자. 놀라운 기획력을 가진 한 간부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 '바로
이거야' 하곤 자신의 PDA에다가 전자펜으로 뭔가를 메모하고 있다. 

지하철 내 신문 돌려보기, 엿보기로 인해 자사 신문이 지하철 1 칸 당 하루
200여부가 덜 팔림, 따라서 이를 금지시키면 판매 부수 확대로 이어질 것임

그는 자신이 이 놀라운 아이디어를 신문사 사장협의회에 알렸고 사장들은
이구동성으로 Very Good이라고 답했다. 드디어 신문사들은 지하철 내 신문
엿보기와 돌려보기를 금지하기 위한 방안을 하나 씩 내놓기 시작했다. 

첫째, 신문이 낱장인 상태로 되어 있어 각기 분산되어 선반에 올려지게 되고,
앞뒤로 넘겨보는 와중에 보다 많은 이에게 신문내용이 노출되는바, 책처럼 신문
가운데를 접착 인쇄하여 차례대로 넘겨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최초 독자만의 소유에
유리하도록 디자인 할 것

둘째, 서점에 가보면 랩에 싸여 있어 사기전에는 내용을 볼 수 없게 되어 있는
책들이 있는바, 이를 응용하여 신문지상에 특수 염료를 코팅하여 마치 노트북
화면처럼 1미터 내의 정면에서 바라보아야만 제대로 글자를 읽을 수 있게 하여
건너편이나 좌우의 사람들의 정보 절도를 막을 것-(다만 신문 제호와 광고부분은
위의 사각형성 코팅을 뿌리지 않는다)

셋째,  신문 가판대에서 돈을 주고 산 사람만이 그 신문을 볼 수 있는 특수 안경인
리더스 고글도 함께 제공하여 그 고글을 쓴 사람만이 신문을 볼 수 있도록 할 것.


넷째, 선반이 신문을 올려 두는 주요한 공간으로 활용된다면 지하철 제작사에게
압력을 가해 선반을 제거하거나 적어도 신문을 올리는 행동을 무의미하게 만들도록
변경시킬 것

신문사들이 하나 둘씩 위와  같은 방책을 가시화하자 지하철 승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보는 신문을 곁눈질로 훔쳐보는 시선을 증오하던 일부 사람들은
위 조치를 환호하였다. 일부 사람들은 신문사들의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자기
신문의 제조 유통 공정에 대한 적법한 행사처럼 보이지만 심층적으로는 지하철
내의 수많은 승객들의 눈을 심봉사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공양미 삼백석을
갈취하려는 심뽀라고 비판하는 대자보를 유리창에 붙이고 다녔다.

신문사들이 내건 첫째와 둘째 조치는 금방 실패로 돌아갔는데, 왜냐하면 승객들이
낱장을 붙이는 데 든 접착제보다 값산 나이프나 손으로 다시금 낱장으로 떼어
내면서 친구나 옆사람과 나누어 보았고,  콩기름이 아니라 사각 형성안료로 코팅된
신문은 비싸서 안 팔렸고 산 사람도 이를 빙빙 돌려서 보아 나름대로 근방의
사람들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문사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세번째 리더스 고글(이를 돈주고 착용하여
암호를 입력한 자만이 자사의 신문을 볼 수 있는 안경)이지만 개발되는 데까지
시간과 비용이 걸려 눈치를 보아가면서 물밑 작업중인 현황이다.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국회에 이 고글의 기술을 특허출원함과 동시에 이를 무력화하는
기술개발자들을 형사 처벌해달라는 청원을 제출함도 잊지 않았다.

따라서 넷째인 선반에 대한 공격이 신문사들이 현재에 있어 최대 현안이다.
신문사들은 지하철 내 설비된 선반은 물론이거니와 승객들이 자체 제작해 붙여
놓은 신문돌려보기용 선반함의 철거 소송을 제기 하였다. 

선반이 철거될 지 모른다고 하자 할머니들이 나섰다. 왜 늙은이들의 보따리 마저
앗아가려 하는가? 정장차림의 회사원들이 나섰다. 내 007가방은 어디다 두란
말인가?  의식있는 대학생들은 자체 제작한 신문을 조각조각 내어 어느 누구라도
이 위에 덧붙여 자신의 신문을 붙일 수 있다는 눈에 띤 표제와 함께 지하철 창과
천정 그리고 바닥에 붙여 놓았다 (선반을 떼어 내더라도 바닥까지는 어쩌지
못하리라). 
지하철을 처음 설계한 건축가도 한마디 덧붙였다.. 지하철은 많은 서민들이
자유롭게 안거나 서서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대화 나누며 움직이는
공간이다. 신문사들의 이번 선반 제거 운동은 지하철을 마치 앞만 바라보고 앉게
되 있는 좌석버스나 택시처럼 분할되고 정적인 공간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과연 지하철 신문 돌려보기라는 서민들의 문화양식이 소멸될 것인가? 아울러
지하철내의 선반과 신문함들도 모두 철거될 것인가.  모두가 마주 보되 마주 볼
것은 남아 있지 않은 그런 지하철.타고 싶을까? 

소리바다 대표 양씨 형제가 기소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200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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