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익명성 '어디까지 존중되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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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현우기자 fineapple@inews24.com
2001년 08 월 15일
인터넷 게시판에서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어야 할까? 아니면 '책임'이 더
강조되어야 할까?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인터넷 게시판 고유의 '익명성'을 놓고 찬반양론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익명성의 강점은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비평을 유도한다는 점. 하지만
자칫하면 무질서와 무분별한 상호 비방을 유발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인 면도 함께 지니고 있다.
최근 일부 커뮤니티 운영자나 서비스 업체들이 게시자의 이름과 e메일 주소 등
신분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실명 게시판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맞서
인터넷의 익명성을 옹호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 또한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 미 법원, 온라인 익명성 존중해야
이런 가운데, 최근 미 법원에서 게시판에서의 익명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달아 내려져 익명성 옹호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은 오클라호마 소재 법률 회사인 프리-페이드
법률 서비스가 야후 게시판에 글을 올린 사람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해 달라는
요청을 기각했다. 개인 권리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네티즌들이 프리-페이드 법률 서비스에 대해 혹평한 글을 야후 게시판에 잇달아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프리-페이드 측이 즉각 기업 비밀 누설 우려가
있다며 야후 측에 게시자의 실명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게시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전자 개척자 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리 티엔(Lee Tien) 간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온라인 익명성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이룩한 커다란 승리"라고 자평하며 "현재 진행중인 비슷한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프리-페이드 측은 이에 대해 즉각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 익명성 보장 '어디까지 이루어져야 하나'
최근 들어 게시판을 통해 특정 기업이나 단체 등을 비난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게시자의 이름을 공개하고자 하는 비슷한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몇몇 판결이 게시자의 이름을 공개하도록 게시판 서비스 업체에게 명령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다수의 판결이 온라인에서의 익명성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4월, 워싱턴주 지방 법원이 웹 서비스 업체인 인포스페이스(InfoSpace)가
익명의 게시자 이름을 공개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기각했으며, 지난 7월 뉴저지주
항소법원 역시 대부분의 경우 온라인 게시자의 익명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처럼 전반적인 분위기는 온라인 익명성을 적극 옹호하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전자 개척자 재단 등 익명성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이번 야후 게시판 사건를
비롯해 다수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위치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온라인
익명성을 보장 받았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판결이 네티즌들과 업체간의 감정 싸움을 막을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또한 근거없는 여론 몰이로 인해
엉뚱한 업체나 개인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 시민 자유 연맹(ACLU)의 필립 러스킨(Philip Ruskin) 변호사는 "익명성이
모든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선의의 피해자를 방지하고
올바른 게시판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라도 어느정도 선까지 익명성을 보장할지
다양한 실험과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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