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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4806
글쓴날 : 2001-08-24 12:48:04
글쓴이 : 최승훈 조회 : 235
제목: 8월12일자 이동하님의 글에 대한 답변...

안녕하세요. 최승훈입니다. 

오랫동안 게시판에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이동하님께서 제 글에 대한
답변을 올리셨고, 메일링 및 게시판의 글들을 정리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쓰렉님과 선진국가건설님도 제 글에 대한 답변을 올려 주셨습니다. 역시
감사드립니다.

먼저 이동하님이 마지막에 올리신 4770번 게시물의 내용에 저 역시 충분히
동감하고 있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럼, 다시 논의를 진행해 보죠...

먼저 이동하님의 8월12일짜 글에 대한 답변입니다. 

1. 청소년에게 수용될 정보의 유통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하여

제가 청소년 유해정보의 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단단하게 존재한다고 말씀드린
것은 이러한 방식의 표현물 규제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영화에서든, 출판물에서든, TV에서든 그 매체의 특성에 따라 청소년에 대한 특정
정보의 유통이 제한되는 것은 일반적인 내용규제 방식입니다. 

이러한 매체 규제의 기획은 두 가지 중요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청소년의 인권보호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사회적
약자이므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논리죠. 예를 들어, 청소년의 프라이버시가
성인에 비해 더 엄격하게 보호된다던지, 청소년의 범죄가 성인의 그것에 비해 약한
처벌을 받는다던지, 청소년에 대한 범죄가 성인에 대한 범죄보다 엄격하게
처벌된다던지..하는 것은 거꾸로 뒤집어 보면, 청소년에 대한 표현물의 유통이
성인에 비해 엄격하게 제한되는 것과 동일한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CDA판결에서도 이러한 "청소년의 정신적, 육체적 안녕(well-being)"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부의 이익(interest)으로 인정하고 있죠. 또 다른 청소년유해
정보 규제의 근거는 저속한(indecency또는 불건전한: offensive) 표현물의 유통을
청소년에게만 제한함으로써,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해 보장받아야 할 저속한
표현물들의 유통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불법 정보와 유해정보를 엄격히
구분함으로써, 저속한 표현물이 성인에게 유통될 수 있는 유통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이동하님께서 (청소년유해)매체물의 규제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놓으시면서, 그
근거로 지적하신 문제들은 1) 규제제도와 기술적 장치는 사회적 합의의 유동성을
반영할 수 없다 2) 규제, 특히 근대사회의 표현물 규제는 표현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가능성을 배제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3) 국가보다는 민간이 규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만, 그것 역시 규제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4)
청소년유해정보의 규제는 사실상 표현의 자유, 특히 표현하는 주체의 자기검열을
결과한다 등입니다. 1), 2), 3)은 딱히 청소년유해정보 규제의 기획에 대한
언급이라기 보다는 모든 표현물 규제가 지니고 있는 "권력의 문제"를 지적하신 것
같습니다. 4)는 청소년유해정보 규제의 기획이 현실적으로 구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의 경우, 솔직히 이동하님이 "기술적"이라는 용어에 왜 집착하시는지 다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 문제를 규제 환경의 변화에 부합하는 규제방식 변화의
필요성과 함께 논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의 규제 환경의
변화, 즉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규제 방식이 잘 반영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맞물려 굉장히 중요한 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지니고 있는 매체적 특성을 현재의 규제 시스템이 잘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은 인터넷 상의 표현물 규제 시스템에 있어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2)의 문제는 워낙 큰 틀에서 말씀을 꺼내셨기 때문에, 제가 뭐라 언급하기 힘든
문제가 되버린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동하님의 역사인식에 찬성하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근대 이후의 내용규제 장치들의 전개과정은 사회가
규제시스템을 (사회적 합의에 의해) 통제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왔다고 보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알기로, 근대
권력의 속성에 대한 (이동하님이 말씀하신 바의)새로운 해석들은 근대 권력의
공시적 구조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 통시적 구조를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즉, 이전의 시대에 비해서..어떻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죠..

3)에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이동하님께서는 해석의
다양성이라고 표현하셨지만)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들
동의하실 겁니다. 저는 이 문제에 관한 토론이 규제의 최소화가 어떻게 제도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가 하는 고민과 함께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법에
의해 보호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표현에 대한 규제 역시 법과 제도에 의해 실행되는
것이니까요..

4)의 문제 역시 규제의 법과 제도를 연관시켜 고민해 볼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청소년 유해매체물에 대한 규제가 "표현하는 주체의 자기 검열을
야기한다는 지적"에는 저도 어떤 면에서는 동의합니다만, 표현의 자유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보장받아야 할 권리는 아니라는 의미에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헌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본권
규제의 한계원리"에서 더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봅니다. 공익을 위해
표현물을 규제하고자 하는 법·제도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문제입니다. 

2. 복수의 등급시스템을 선택한다는 것이 과연 "자율"이냐 하는 문제에 관하여

PICS기반의 인터넷내용등급시스템에 관해 몇번의 토론이 오고 갔지만, 제가 보기에
PICS기반의 등급시스템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서 출발하는 문제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답답하지만, 이 토론이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한 설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설명한다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제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인터넷내용등급서비스과 PICS기반의 내용등급시스템을 구분해서 논의하고 있다는
점과, PICS 기반의 등급시스템이 인터넷에 대한 법제도적 규제가 강화되어 가는
현실에서, 정부의 규제를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논거들 중의 하나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인터넷내용등급서비스의 구체적인
구현방향이  PICS기반의 내용등급시스템 관련 논의와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는 점
등은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대로 계속 의견을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이동하님의 문제제기에 대한 답변이라기 보다는 주로, 앞으로 더 논의해 볼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이번 답변을 한정했습니다. 이동하님의 답변이
제기된 후 벌써 많은 시간이 흘러 님의 글을 읽고 생각했던 것들을 너무 오래 담아
두었나 봅니다. 몇번의 논의들이 오가는 동안에 여러분들이 토론에 참여해 주셨고,
또 다른 문제에 대한 얘기들도 함께 오가는 동안에 토론이 활발해 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 회사일이 많아 이 게시판에 글을 쓸 여유가 통 없습니다. 선진국가건설님과
쓰렉님의 지난 글들에 대해서도 제 개인적으로 이견도 있고 거들 부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포르노 혹은 음란물과 관련된 논의들도 열심히 읽어보고 있습니다.
시간나는대로, 게시판에 제 의견을 글로 올리겠습니다. 


8월12일자 이동하님의 글
--------------------------------------------------------------------------
안녕하세요. 이동하입니다. 역시 최승훈 님께서 답변하신 두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 청소년에게 수용될 정보를 미리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가하는 문제에 관하여.

이 문제에 관하여, 님께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미 단단하게 존재한다고
대답하셨지만, 그것이 바로 규제의 정당성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회적 합의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상대적이며 가변적이지만, 그것이 일단 제도와
기술적 장치로 구현되었을 때는 그 자신이 중립적이며 불변적임을 표명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회적 합의는 그것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저항의 가능성을
언제나 허용하는, 유동성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제도와 기술적 장치는 저항의
가능성을 극소화시킵니다. (뒤집기가 어렵습니다)

(님께서는 제가 이 문제를 언급할 때 괄호 안에 <기술적으로>라는 말을 쓴 것을 빼
놓으셨습니다. )

사회적 합의가 이미 단단하게 존재한다는 말씀에 대해서도 쉽사리 동의하기
힘듭니다. 단단할 것까지는 없죠.

물론, 특정한 정보에 대한 규제가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서, 그리고 매우 넓은
지역에서 지속되어 왔다는 점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느 사회에나 표현하거나
보는 것을 금지하는 금기가 존재합니다(그것은 대부분 성에 관한 것이나, 종교적
외경심과 관련된 것이라고 기억합니다). 그러나, 이 금기가 금기로서 작동하는
방식은 소규모의 공동체 안에서 규율되던 것과는 달리, 대규모의 매체의 출현을
의미하는 근대적인 출판산업의 등장과 그 이후의 라디오나, 텔레비젼와 같은
대중매체의 등장과 함께 굉장히 변모하게 되는데요... 이런 출판산업과 대중매체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국가가 가지면서, 소규모의 공동체 안에서 규율되던 것이
각종 심의기구와 근대적인 교육제도를 통해 규율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런데,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그 특징상 전자적인 프로세싱으로 정보를 제한하는
게 가능하게 된 거죠.(아직까지 완벽한 수준이 아니라는 건 님께서도 동의하시고
계실 겁니다.)

제 썰을 풀기 위해서 허접한 묘사를 했습니다만, 이렇게 금기에 대한 통제장치의
변모가 가지는 특징적인 양상은, 앞서도 언급한 대로 저항의 가능성, 다시
말하자면, <다른> 해석과 수용의 가능성을 점점 배제하는 방향이라는 겁니다.
근대적인 심의기구나 교육제도가 생기기 이전에는 사회적 평판이나 관습, 전통적
의례와 같은 것이 규율장치의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만, 실제로 어떤 식으로 저항이
나타났는지는... 제 지식이 부족한 관계로 언급하기가 곤란합니다만, 교육제도
하에서 교사의 권위에 의한 금기의 유지에 대한 저항의 가능성이나, 근대적인
심의제도 하에서의 저항의 가능성과 비교해 볼 때 전자적인 프로세싱이 정보의
통제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 프로세싱 자체에 대한 저항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기껏해야, 자신의 컴퓨터나 자신이 이용하는
서버에 차단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도록 저항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영화에 대한 심의제도가 국가심의기구에서 민간심의기구로 바뀐 것은
실로 얼마 전의 일입니다만...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저항의 가능성 다시
말하자면, 하나의 텍스트에 관한 <다른>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쟁취하는 데에
있습니다. 국가심의기구에 의한 통제 하에선 아무래도 해석에 대한 입장이 경직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민간심의기구로 바뀌었다고 해서,
영화라는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완전히 열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민간심의기구 역시 일정정도 이상의 제도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가 (혹은
비평가) 집단으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모든 영화를 디지털화해서 차단프로그램으로 등급을 매긴다면(그럴 필요는
없지만...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국가심의기구에 의한 통제보다도 훨씬
끔찍한 방향일 것입니다.  -.-;;;

그렇다면, 청소년에 대한 정보의 통제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있는 것은 현재까지의 통제의 경향이 어떤
텍스트에 대한 일의적인 해석만을 강요함으로써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위축시키고 제한시켜 왔다는 것이며, 이러한 경향을 최대한 저지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제도나 기술적 장치에 대한 규율이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그렇게 될진 모르겠지만...)

제 입장을 정리하자면, 청소년에게 수용될 정보를 미리 (기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 올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정치적이라 함은 제 생각에 대한
반론 또한 정치적일 수 밖에 없으며 이 충돌이 가치관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혹자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저는 이 말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차단하는 것이 성인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만, 이건 사실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떤 표현물을 (인터넷에서)
생산하거나 유통시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표현물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원합니다. 그것이 바로 텍스트가 사회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법이니까요... (읽히지 않는 표현물은 사회적으로 가치가 없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표현물이 민감한(?) 문제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청소년에게 읽혀지지 않게
된다면, 그 사람은 당연히 자신의 표현물 중에서 그 민감한 부분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입니다 (물론 몇몇 용감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과정이야말로, <등급>이 실질적으로 내면화된 자기 검열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된다면...(이미 그렇게 되고 있죠) 우리가 보고 있는 거의 모든 표현물들은
등급 받기 이전에 이미 한번 자기 검열을 거친 것이라는 겁니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사전검열의 효과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복수의 등급시스템을 선택한다는 것이 과연 "자율"이냐 하는 문제에 관하여.

제가 님과 토론을 하면서 줄곧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자꾸 기술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기술 자신과 분리해서 생각하려 하시는가입니다. 여기 어느 고독한(^^)
프로그래머의 고독한 작업에 의해 탄생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합시다. 이
프로그램은 컴파일되고 나면 기껏해야 0,1 로 표현되는 바이너리 파일밖에
안되지만, 그 프로그램이 배포되고 일반 유저의 컴퓨터에 설치되고 나면, 그것이
입력받는 정보 그리고 그것이 변형하고 가공해서 출력하는 정보는 단순한 전자적인
기호 이상의 것입니다. 그것은 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욕망, 지식,
생각, 기억, 관념, 사상들과 같은 지극히 사회적인 것들입니다. 이것이 인터넷을
통해 다른 욕망, 지식, 생각 등등과 교환되고 충돌하게 된다면, 훨씬 더 사회적인
의미를 강하게 띨 것입니다.

등급시스템이나 그 등급시스템을 구체적으로 구현하게 될 차단프로그램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님께서는 PICS가 복수의 선택가능한 등급시스템을 지원하기 때문에
자율적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하셨지만, 저 역시 그 등급시스템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권력이 개입하고(국가가 국민을 통제하려는, 교사가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부모가 자녀를 통제하려는 욕망 및 억압) 차단프로그램은 필연적으로
그러한 권력관계를 구현할 수 밖에 없다고 계속해서 주장했습니다. 님께서도
실제로 등급시스템을 선택하는 것은 규제받는 청소년이 아니라, 그
보호자들이라는데 동의하셨지 않습니까? 그 점에 대해서만은 솔직히
이야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PICS 자체가 가지는 선택가능성에 대해
동의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이론적으로 기술자체에 대해서만 그렇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대로, 그것이 배포되기 시작하면 이미 그 기술은 기술자체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저는 인간이 상호소통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그것을 기술로 대체할 때의 위험성에
대해서 계속 지적했고,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국가 주도로
배포된다는 문제 또한  중요하지만, 민간 단체가 배포한다고 해서 앞서 지적한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국가 주도로 배포되는 경우에
비하면, 민간단체가 배포하는 경우엔 보다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고,
또 많은 사람들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정통윤이 보급을 추진한다고 해서, 강제적인 등급제가 시행된다고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선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구조조정과 고통분담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공익> 광고가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이
되었는지는 이미 주지되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건, 차라리 공익광고협회라는 민간단체(사실은 순수한 민간단체라고는 할 수
없지만...)가 유포한 관념에 불과했지만, 정통윤은 민간기구가 아니며, 더욱이,
등급제를 위한 법률적 근거를 하나씩 마련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매우 애매한
표현을 쓰긴 하지만...)
그리고 저는 <반강제적>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것은 등급시스템이 전국적으로
배포되고 설치되는데에 법률적 근거와 국가정책적인 시행과 함께 (국가가 주로
유포하는)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념에도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념에 저항하는 것은 가능하긴 하지만, 매우 힘든 싸움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님께서 제 주장에 대해 본질주의적 오류 운운하신 건 사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제가 근본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청소년을
무뇌아 취급하고 단지 길들여야하는 대상으로 보는 정책을 추인하기 위해서 제
근본주의적인 입장을 버려야 한다면, 그냥 이대로 위험한 상태로 있겠습니다. 또한
실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죠.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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