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intro
추석동안 저는 거의 놉니다... 시간도 많고 어디 갈 데도 없고... 그래서, 지금
실체로 등장한 인터넷 등급제, 엄밀히 따지면, safenet.ne.kr 에서 제시하고
배포하고 있는 등급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해보려 합니다. 아마도, 몇 회에 걸쳐
시리즈로 쓸 것 같습니다. 제 수준이 거의 아마추어라서... 틀린 부분도 많을테니,
여러분들의 논평과 첨삭 수정이 있길 바랍니다. 또한 여러분이 직접 작성하신
등급제에 대한 생각과 분석도 보고 싶습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이하
경어체 생략)
1. 한국형 인터넷내용등급제(?), 그 법적근거
소위 <자율적인 인터넷내용등급제>의 법률적 근거를 따진다는 시도조차
우스꽝스럽게 들린다. 어찌, 소위 일개 민간단체의 사업의 법적 근거를 따질 수
있는가? 그러나, 사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마치 민간단체가 배포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safenet.ne.kr 사이트를 잘 살펴보면, 이 사이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분명 민간단체가 아니라, 전기통신사업법 53조2항에
그 설치근거를 가지고 있는 행정조직이다.
따라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활동 또한 명백히 법적근거를 수반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 부분을 전기통신사업법 53조4항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내용을 잠시 인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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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조의4(위원회의 업무) ①위원회는 불건전한 정보의 유통방지 및 제한과
이용자의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하여 다음 각호의 업무를 행한다.
1. 정보통신윤리에 대한 기본강령의 제시
2. 불건전정보신고센터의 운영 및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심의
3. 정보내용등급자율표시의 촉진
4. 전기통신서비스 이용중 발생한 명예훼손 등에 대한 피해 분쟁 조정
5. 불건전한 정보의 유통방지 및 제한을 위한 관련단체의 활동 지원 및 협력
6. 불건전한 정보의 유통방지를 위한 국제협력
7. 건전한 정보통신윤리 확립을 위한 교육·홍보
8. 기타 전기통신을 이용한 불건전 정보의 유통방지 등과 관련하여
정보통신부장관이 위임하는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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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업무에 분명 정보내용등급자율표시의 촉진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점을 볼 수
있다. 따라서, safenet.ne.kr 에서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활동은 행정위원회의
적법한 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
(단, 주의할 점은 safenet.ne.kr 이 배포하고 있는 등급표시는 단순히 등급마크를
배포하는 것이 아니라, 웹사이트의 문서 내에 등급관련 태그를 삽입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2. 계산된 사기극 - 2000년 12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작년 12월에 정보통신3대악법 형제들인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이하 통신질서확립법), 통신기반보호법 들과 함께
개정되었다. 당시 개정되기 이전의 법률에는 위에서 명시된
"정보내용등급자율표시의 촉진"이라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업무는 존재하지
않았다. 즉, 작년 12월에 개정되면서 자율등급제에 관한 문구가 삽입된 것이다.
이 사실을 당시 아무도 몰랐던가? 아니, 어떤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솔직히
말해서, 필자도 몰랐다). 그러나, 엄청난 논쟁점을 지닌 이 문구가 삽입된 데 대해
별다른 주목과 언급이 없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내용이
전기통신사업법이 아니라, 통신질서확립법안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가
마련한 원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악과 공포를 느꼈는지 상기시키기 위해 해당 조항
전문을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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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조(정보내용등급의 자율표시) ①정보통신부장관은 전기통신사업자
의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정보를 제
공하는 자(이하 정보제공자 라 한다)에게 자율적으로 일정한 기준
및 표시방법에 따라 그가 제공하는 정보의 내용에 대하여 등급을
부여하고 이를 표시하도록 권장할 수 있다.
②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2의 규정에 의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
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라 한다)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단체, 이용자단체, 청소년보호단체 등의 의견
을 들어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등급의 기준 및 표시방법을 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
제42조(등급부여에 관한 자문)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정보의 내용에
관하여 등급을 부여하고자 하는 정보제공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는 제41조제2항의 규정에 의한 등급의 기준에 따라 그 정보의 내용
에 적합한 등급부여에 관하여 필요한 자문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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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안은 그나마 거의 반년에 걸친 격렬한 저항 끝에 상당히 완화된 내용이다.
그러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이전부터 해왔던 악명높은 행위를 염두에 둘 때,
"권장", "자문" 등의 다소 유화적인 표현이 그 실행시 언제든지 강제적으로 나타날
개연성이 상당히 높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원안에서의 내용등급제에 대한 내용은 국회상임위를 거치면서,
삭제되게 된다. 이것은, 지난해, 그 격렬하고 자발적인 운동의 성과였다고 자축할
만 했다.
당시 연합뉴스의 관련기사의 일부를 인용해보자 (freeonline 사이트의 자료실에도
링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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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법안심사 소위에서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자율'을 근간으로 한 인터넷 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 결국 이날
전체회의는 '등급제 도입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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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말해, <인터넷등급제> 자체는 법안심사과정에서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결론이 났던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내용등급제에
관한 조항이 삭제된 채, 국회상임위의 수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그러나, 통신질서확립법에서의 인터넷내용등급제 조항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을
동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업무내용에
정보내용등급표시 촉진이 추가된 사실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으며, 이 등급표시의
형식이 통상적인 연령표시일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지레짐작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솔직히 당시 PICS 등급시스템은 크게 고려되고 있지 못했다)
3. 발목의 족쇄 - 청소년보호법
인터넷내용등급제의 교묘한 법적근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통신질서확립법에는
청소년보호법과 관련한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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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조(청소년유해매체물의 표시) 전기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자(이하 "정보제공자"라 한다) 중
청소년보호법 제7조제4호의 규정에 의한 매체물로서 동법 제2조제3호의 규정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제공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표시방법에
따라 당해 정보가 청소년유해매체물임을 표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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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이 통과될 당시에는 정보통신규제와 결부된 청소년보호에 대한 부적절한
관념에 대한 비판이 있었으나, 청소년보호법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필자의 생각에는 무척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따라서, 기존의
청소년보호법에 근거해 마련된 이 조항에 대해선 그다지 큰 주목을 할 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더욱이 이러한 조항이 현재 서적이나 비디오, 영화 등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령표시와 별로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령에 이런 문구가 삽입되면서,
잠정적으로 연기됐다고 생각했던 인터넷내용등급제가 부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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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조(청소년유해매체물의 표시방법) ①법 제42조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표시방법"이라 함은 "19세 미만 이용불가"라는 취지의 내용을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음성·문자 또는 영상으로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②인터넷을 이용하여 청소년유해매체물인 정보를 제공하는 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표시와 함께 기호·부호·문자 또는 숫자를 사용하여 청소년유해매체물임을
나타낼 수 있도록 전자적으로 표시하여야 한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구체적인 표시방법은 정보통신부장관이 정보의
유형 등을 고려하여 고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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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인 문자, 이미지 표시가 아니라, 전자적인 표시를 강제하는 이 문구는
웹문서 속에 등급관련 태그를 삽입해야 하는 PICS 등급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으로
밖에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던 내용등급시스템이
PICS였다는 점에서, 내용등급제의 실질적인 부활이 점쳐졌던 것이다.
4. 그리고, 2001년 9월, 내용등급제의 부활
이제, 드디어,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명시된 자신의 세번째
업무를 시작했다. 또한 그들의 업무는 단순히 문구 그대로
"정보내용등급자율표시"를 "촉진"하는 것을 넘어서, 통신질서확립법 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전자적표시의무에 관한 조항에 의해 법적인 강제성을 띨
것이다. 최소한 내용등급제를 둘러싼 싸움에서 그들-협소한 청소년보호논리로
무장된 자들은 승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우리-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한 반대자들은 인터넷 상에서 표시하는 등급이
이미 서적이나 비디오에서처럼 단순한 문자나 이미지에 불과할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것이 실질적인 내용등급제와는 관련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사태는 이 등급표시가 단순한 문자나 이미지를 넘어서, 웹문서의
HTML언어로 기입될 것으로 요구받으면서, PICS 등급시스템에 기여하게 된
것이다.
5. 소결 : 헌법을 우롱하는 자들
필자는 헌법이 지고불변의 진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현 사회시스템의
규범논리적 공리계라고 할 수 있는 헌법을 교묘하게 무시해가면서, 전사회적인
비판을 받은 바 있는 내용등급제를 끝까지 관철시키려는 하등(!) 행정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행태에 대해서는 기꺼이 조소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자들은 자신이 세운 공리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분명, "인터넷내용등급제"는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입안이 거부되었다. 그런데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이런 법률개정취지를 무시한 채, 엉성한 법률안 구석에 잔재한 몇몇 구절을 근거로
인터넷내용등급제를 관철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업무내용에 관한 전기통신사업법상의 조항 중,
"정보내용등급자율 표시의 촉진" 부분은 말그대로, 정보내용등급을 자율적으로
표시하는 것을 촉진하는데 그쳐야 한다. 현재와 같이 웹문서에 PICS 관련 태그를
삽입토록 하는 것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부과된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다.
또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 제23조에 관한 대통령령 중 "전자적 표시"에
관한 부분은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도 PICS 방식의 등급시스템
구축의 근거가 되고 있으며 이는 인터넷내용등급제가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국회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 개정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끝입니다. 아주 오랜 만에 대학 때 곧잘 쓰던 논문투의 문체를 썼는데,
읽을만한지 잘 모르겠네요... 제가 이런 형식과 문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 으음... 틀린 거 있거나 하면, 리플 달아주셔요... 다음 이
시간엔... (^^;;) 인터넷내용등급제(특히 PICS를 중심으로)의 기술-사회적 검토를
써 볼 예정입니다. 그럼, 즐거운 추석되셔용...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