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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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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5108
글쓴날 : 2001-10-04 19:23:31
글쓴이 : 이동하 조회 : 351
제목: 추석 잘 보내셨나요? ^^

음... 전 온종일 차만 타다 종쳤습니당... ^^

추석 동안에 시간이 남아돌 줄 알았는데, 생각지 않은 일이 있어서... 글을 못
썼네요...

음... 저번에 인터넷등급제의 법적 근거... 어쩌구 하고 글을 쓰면서... 이번엔
인터넷내용등급제의 기술-사회적 의미에 대해 쓴다구 했는뎅... 고건 좀 있다
쓰구요... 현재 세이프넷에서 배포하고 있는 등급시스템과... 관련한 몇 가지
부각되어야할 쟁점에 대해 생각해볼께요...

첫번째는, 노출의 정도나, 성행위의 정도 혹은 폭력의 정도로 등급을 매기고 그에
따라, 차단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타당한가... 하는 것입니다.

제 상식으로는 어떤 표현물...(그것이 고전적인 의미에서 예술이든 아니든간에) 의
가치를 그것의 노출, 성행위, 폭력의 등급으로 매긴다는 것은 굉장히 유치한
발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들어, 똑같이 성기를 드러낸 인체를 표현하더라도,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과
포르노잡지의 남성배우는 완전히 다른 사회적 의미를 띠고 있지만... 그것이
내용등급시스템을 거치게 되면, 똑같은 텍스트로 취급받는다는거죠.

혹은, 과격한 전신노출의 사진보다, 웃옷위로 하얗게 드러난 목덜미, 긴치마 단
끝에서 살짝살짝 비치는 정강이에서 성적인 흥분을 일으키는, 에로티시즘의
의미체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더라도, 굉장히 풍부하고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밖에 없는
특정한 표현물을, 단일한 기준에 의해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고 동시에
슬픈 일이죠...

더구나, 이 등급시스템이 이런 획일적인 판단기준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접속을
차별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개개인의 판단능력을 깡그리 무시하는 굉장히 불쾌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번째는,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청소년보호와는 실질적으로 거의 효용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지금까지의 근대적인 유아 및 청소년 교육시스템이 야기해왔던
문제점들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겁니다.

불건전한 표현물이 불건전한 인간을 형성한다는 논리는 곰팡이 냄새 풀풀나는
구닥다리 이론일 뿐 아니라, 설령 맞는 구석이 있더라도, 극히 부분적으로만
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편의 포르노를 보고 강간신화에 물든 청소년이 있다 하더라도, 그 주범이
포르노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사실이
아닙니다. 저 같으면, 그런 허무맹랑한 신화-예를들면, "여자의 No는 Yes"와 같은
걸 믿게 만든 주범은 어처구니없는 그런 판단력을 그대로 방치하는 사회전체적인
교육시스템의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근데, 그런 순진한 청소년이 있긴 하나
모르겠네요...)

다시말해, 여태껏 생각할 기회도 주지 않았으면서,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친다는 명분으로 모든 성표현물을 제제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다는 거죠. 좋은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초적인 과학교육도 없었으면서, X-FILE을 보고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어린이의 잘못된 인식을 고치기 위해, X-FILE 상영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과 같다 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 상충되는 의미들을 접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겠습니까?


세번째는, 세이프넷의 등급시스템은 절대로, "자율" 비스무리한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PICS 등급시스템이 콘텐츠 제공자가 스스로 등급을 부여하고, 인터넷 유저가
스스로 등급조정을 한다는 것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 해도, 경악스럽게도, 이것은
스스로 등급부여를 하지 않을 시 벌금부과와 같은 벌칙까지 있는 희한한 "자율"일
뿐더러, 그런 강제력이 국내 사이트에만 효력이 미친다는 점을 커버하기 위해
해외사이트는 블랙리스트 등급시스템을 통해 차단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제3자
등급제는 어떤 맥락으로 보더라도 자율과는 완전히 반대편이라는 게 분명합니다.
차라리, 액면 그대로의 "검열" 그 자체에 훨씬 가깝죠.

또한 아래 한별이아빠 님이 언급하신 바에 의하면, PICS 등급시스템은
서버수준에서도 등급을 결정하고 차단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용서버들이
정부의 입김에 끽소리도 못하는 현재로서는 실질적인 검열시스템이 될 확률이 높을
것 같군요... 기껏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대학 전산망 서버나 개인 유저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서버 정도?

제 생각은 여기까지... ^^;;


ps. 쓰렉 님... 저번 테마집회 준비엔 어떻게... 참여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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