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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5139
글쓴날 : 2001-10-12 15:08:36
글쓴이 : Gore 조회 : 454
제목: 44兆 정통부 기금 “못 먹으면 바보”

44兆 정통부 기금 “못 먹으면 바보”
 
비전문가 10여명이 자금운용, 전문인력 태부족…
중 · 소형사일수록 기금유치에 전력투구 

글 이석호 기자 (lukoo@econopia.com) 

 
‘이용호 게이트’로 정통부 기금도 도마에 올랐다. ‘이용호 게이트’에 관련된
것으로 밝혀진 허남석 총경의 동생 허옥석씨가 정통부 기금을 유치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허씨는 자신이 속한 투신사에 정통부의 우체국 예치금을 2년 반
동안 1조6천여억을 유치, 16억원가량의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정통부는 실제로는 8천억원 정도만 기금이 예치돼 있다고 밝혔다.
1조6천억원이라는 숫자는 들락날락한 돈을 다 합친 금액이기 때문이다. 9월 말
현재 남아 있는 잔액은 8천8백억원 정도다. 도대체 정통부 기금이 어떤 돈이기에
이렇게 투신사의 계약직 직원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2001년 9월 말 기준으로 정보통신부는 44조원 정도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2001년 말 기준 약 72조원)에 이어 최대 규모인 정통부 기금은
당연히 증권사나 투신사들에게는 중요한 공략 대상이다. 44조원 중 27조는 우체국
예금, 15조는 우체국 보험으로, 나머지는 정부 출연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금은
우선 공적자금 기금을 의무적으로 예치하고, 비교적 수익률이 높고 안전한
국공채를 우선적으로 매입한다. 금융권에 운용하는 돈은 그 외의 자금이다. 

과거 금리가 높았을 때는 은행에 확정금리로 맡기면 됐지만 최근에는 금리도
낮아지고 채권 등에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대개
채권에 투자하면 만기까지는 수익이 발생한다.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금융시장의
변화를 감안할 때 채권이라고 무조건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특히 지난해 대우채로
손실을 본 경험도 있다. 

하지만 정통부 자금을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 금융사업단은 과거 기준으로 인력을
구성해 운용하고 있다. 44조원의 기금과 운용 자금만 연간 10조가 넘는 큰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면서도 금융사업단의 인력은 43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실제
펀드운용에 관련된 인원은 단장까지 포함해도 12∼13명밖에 안 된다. 예전처럼
확정금리 상품만 운용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처럼 금융환경이 복잡한
상황에서는 턱도 없는 인력인 셈이다.

우정사업본부 금융사업단 보험과의 김호 과장도 “요즘처럼 복잡해진 금융환경에서
이정도 인력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10여명 있는 인력도 증권이나 투신사 출신의 전문가들이 아니라 일반
행정직들이 맡고 있다. 물론 이들이 직접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운용사를 선정해
맡기는 아웃소싱을 택하고 있다. 펀드평가 회사를 통해 각 운용사의 실적을
평가하는 등 나름대로 여러가 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증권사나 투신사 또는 금융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시장의 추세나 트렌드에 강하기 마련”이라는 것이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의
지적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이 운용사의
능력을 제대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금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중소형사일수록 정통부나 국민연금 같은 대형 기금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상대적으로 영업력이 약하고
실적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의 경우 ‘덩어리가 큰’ 공공기금을 유치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허씨가 속해 있는 투신사도 업계 중위권 투신사다. 

당연히 회사로서는 기금을 유치해 올 수 있는 ‘실력자’를 찾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우체국 자금을 예치할 때 특정 개인이 아니라 운용사의 능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며 허씨의 개입설을 일축했다. 한 투신사 과장은 “허씨가
16억이라는 거액의 성과급을 받은 것은 회사에서는 허씨의 역할을 인정했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다른 의견을 말했다.

하지만 정통부 관계자는 물론 투신사 관계자들도 정통부 기금이 몇몇 사람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수는 없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시중 투신사의
관계자는 “정통부 기금이나 국민연금 기금을 유치하려면 제안서부터 수십 가지의
서류를 작성해 몇 번을 오가야 된다”면서 “아무래도 공공자금이다보니 국정감사
등을 대비해 근거를 남기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때문에 투신사에서는 공공자금 담당자를 3D업종이라고 부를 정도다. 자체감사와
감사원 감사, 국정감사, 언론의 추적 보도 등으로 공공기금이 사적인 관계에 의해
유용되기는 힘들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정통부 기금은 정부기관에서 운용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펀드매니저나 펀드 운용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점도 제도적인 제약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은
국가기관이 아닌 공단(公團)에서 운용하는 기금은 자체적으로 펀드매니저와 운용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아웃소싱을 하든 자체적으로 펀드매니저와 운용 시스템을
갖추든 그건 정책적 선택의 문제다. 

하지만 아웃소싱을 주더라도 전문 인력을 갖춰야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전문가들에게 44조원이라는 거금을 맡겨두는 이상 언제든지 기금
운용의 공정성이 공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력날짜 200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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