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동성애를 "許"하라. "지금 당장!!"
동성애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중성
1969년 6월 27일 금요일 저녁, 뉴욕 시내 그린위치 빌리지의 크리스토퍼 거리에
위치한 게이바 "스톤월". 언제나 그렇듯 200여명의 남성 동성애자들로 스톤월은
가득 차 있었고, 50여명 남짓은 여장을 하고 있었다. 스톤월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그런 싸구려 술집이었고, 손님 대부분은 노동계급 출신의 동성애자들이었다.
당시 대다수의 게이바처럼 스톤월은 핑크산업의 일부분으로 마피아가 운영을 하고,
경찰이 정기적인 단속을 통해 스스로의 몫(?)을 챙겨 가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그 날 저녁 이후, 정확하게 말해 경찰의 단속에 맞서 3일 동안 진행된
동성애자들의 인권 투쟁은 "그저 그런 게이바"를 "스톤월 항쟁"이라는 역사로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그 해 8월에 "동성애자 해방전선"(GLF)이 결성되었고,
GLF는 공개집회와 "Outcome"이라는 신문발행을 통해 동성애자들의 인권과 성적
자기 결정권을 사회적으로 주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날 매년 6월
27일에는 마피아와 경찰로부터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은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동성애자들의 당당한 시위가 크리스토퍼 거리는 물론이고 세계 도처에서
진행된다.
2001년 여름. 한국 사회에서는 한 트랜스젠더 연예인이 등장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동성애나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좋아져서? 아니다.
각종 황색저널은 "여성보다 더 아름다운 남성"으로서 그녀의 성적 이미지를
강조하느라 분주하고, 가끔은 그녀의 고난한 인생사를 어설픈 동정심으로
접근하느라 바쁠 뿐이다. "이렇게 예쁘고 연약한 여자가 그 동안 남자로
살아왔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식으로.
한편 혹자는 좀더 솔직하게 표현한다. "예쁘고 잘생기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게
한국 사회 아니냐?"고 말이다. 이들은 얼마 전 연예인으로는 드물게 "커밍아웃"을
하여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홍석천씨의 사례를 들며(당시 동성애자가 어린이들에게
유해하다며 <뽀뽀뽀>는 그를 방출하였다), "홍석천이 장동건처럼 생겼다면 대우가
달랐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확실히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폭력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는 훨씬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서의 동성애, 성적 차이에 기반한 인권으로서의
동성애자보다는 성적 흥미와 성적 차별이라는 야누스의 얼굴로 동성애자를 대하는
곳이 바로 한국 사회니까 말이다.
인터넷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차별은 계속된다
외모가 아름다운 한 트랜스젠더 연예인에 대한 매스미디어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의 인권에 대한 한국 사회의 비민주성이 여전하듯이, 동성애를 앞다투어
다루는 각종 문화상품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마녀사냥의 대상이다.
단적으로 최근 들어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대형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은 동성애 커뮤니티에 대한 대대적인 마녀사냥을 더욱 더 강화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상의 수많은 동성애자 모임들이 일방적으로 폐쇄 당하고 있으며,
폐쇄된 커뮤니티의 운영자나 구성원들은 정당한 절차는 물론이고 왜
폐쇄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조차 듣지 못한 채 내쫓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 카페"에서는 "73년생 동성애자 친목 모임"과 "81년생 동성애자
친목 모임"이 음란성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 세칙을 근거로 별도 통보 없이
강제 폐쇄 당했다. 또한 "세이 클럽"의 경우도 동성애자 동호회가 만들어지는
곳마다 채팅방을 열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세이 폴리스에 의해
풍기문란을 이유로 동성애 동호회가 강제 폐쇄 당한 경우도 있다.
물론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대한 폐쇄, 즉 사회적 차별과 억압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만의 책임은 아니다. 좀더 심각한 원인은 이미 각종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를 통해 제기되고 있듯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같은 규제기구들의 비합리적이고 자의적인 검열 기준에 있다.
단적으로 동성애가 세계적으로는 물론이고 한국 사회에서조차 상당부분
이해되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인터넷 내용등급제는
아직도 동성애를 "퇴폐 2등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를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고 규모가 큰 동성애자 인권운동 네트워크인
"www.ilga.org", 빌 클린턴이 표지 모델을 설 정도의 가장 진지하기로 유명한
동성애 잡지 "www.advocate.com" 등이 불건전 사이트 목록에 포함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이중에는 동성애자를 위한 캐나다 벤쿠버시의 여행 안내
사이트인 "gayvancouver.bc.ca"도 포함되어 있다. 2001년이 한국 방문의 해?)
동성애는 "불건전"이라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다
사실 "동성애가 불건전하다"는 주장은 "우리의 인권 수준이 이 정도로
저급하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이미 문화적 다양성이 발달한 서구 사회는
물론이고 아시아에서조차 동성애는 기본적인 인권인 동시에 하나의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1973년 미국 정신과 협회는
동성애가 더 이상 정신병이 아니라고 항복을 선언하였고, 1974년 레즈비언인
엘레인 노블(Elaine Noble)은 미국의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었다. 더욱이 현재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인 파리와 베를린의 시장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불건전하다고,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유해하다고 규정한 게이 정치인들이다. 그리고
현재 일본 정부는 "레즈비언과 게이의 권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받아들여, 이를 입법화할 계획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 역시 더 이상 자의적인 도덕적 잣대를 기준으로 동성애자들을
사회적으로 차별하고 억압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인터넷에서까지 자행되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검열과 규제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인터넷 커뮤니티는 동성애자들이 그나마 사회적인
차별과 억압으로부터 일정 정도 자유로울 수 있는 의사소통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반"이 아니라 "이반"(동성애자임을 자칭하는 말)이라는 이유만으로
호모포비아들의 일상적인 폭력과 사회적 차별에 익숙해진 그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현재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것이다. 더욱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커밍아웃은 물론 아웃팅의
두려움을 항시적으로 느껴야하는 사회적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에게 인터넷
커뮤니티는 일반인들간의 커뮤니티보다 몇 배는 더 소중한 공간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아직도 동성애를 성적 차이나 인권의 수준에서 판단하지 못하고 도덕적
편견과 억압적인 통제로 대체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더욱 더 존중되어야 한다. 아니 인권에 대한 사회적 후진성에 의해
자행되는 일상적인 폭력과 억압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더욱 더 다양한 동성애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동성애자들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적 소수자들이 그러하듯, 그들은 다수와 주류를 위협하는 요소가 아니라
언제나 배려되고 존중되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중앙일보iweekly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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