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문화, 또 다른 권력 관계를 재현하다
인터넷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은 바로 '아바타'(avatar)다. 우리는 시각
이미지 중심의 인터넷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그래픽 개체, 즉 어떤 형태든지
인터넷에서 부여된 디지털 육체의 신원을 아바타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제
아바타에 대한 설명은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아바타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문자 아이디의 도용은 물론이고, 아바타 문화의 상업성이나 과소비가
논란이 될 정도로 이를 둘러 싼 사회적 관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미 아바타 문화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아바타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속의 아바타 문화는 물론이고, '세이클럽', '프리챌' 등의 아바타 꾸미기
등이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지난 여름 이들
사이트에서는 아바타를 위한 수영복, 악세사리, 선글라스 등이 불티나게
판매되었다. 어디 이뿐이랴. 월 3만원 이상을 아바타 꾸미기에 투자하는 매니아
그룹이 있는가 하면, 커뮤니티 내에 아바타 문화를 선도하는 패션 리더들까지
등장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아바타 꾸미기 붐은 회원 전체가 똑같은 의복을 유니폼으로 맞춰
입거나, 영화 '친구'의 복고문화인 교복 패션이 인기를 끄는 등 일상과의
상호작용으로 직결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아바타 문화를 상업적 이해관계로
몰아가려는 기업들의 노력 역시 눈물겨울 정도이다. 인터넷 안에 '로데오 거리'와
같은 명품 거리를 만드는가 하면, 각종 뷰티샵까지 만들어 아바타 소비문화를
자극하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아바타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청소년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 상술이 지나치다", "사이버 매춘, 음란
채팅 등 역기능이 심각하다" 등.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아바타 문화가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을 통해
대안적인 문화와 인간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오프라인의 자본주의적 권력
관계를 인터넷에서 또 다른 방법으로 재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아바타
꾸미기 열풍의 배후에는 현실 공간에서는 누리지 못했던 권력과 능력을 아바타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재현하려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대
자본주의의의 결핍된 욕망은 상업적인 아바타 문화를 통해 "잘 나가는"(능력있는)
아바타를 만들고, 이를 주체 자신과 동일시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정보자본주의에
의해 다시 한번 재코드화된다.
결국 사람들은 '퀴즈퀴즈'에서는 옷 잘 입은 아바타를 보유하는 함으로써 주체
자신이 "퀴즈를 잘 푸는 똑똑한 사람"(지식권력)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리니지'와 같은 전투형 게임에서는 아바타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의
권력과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좀더 적나라하게 계급관계의 우월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한다.
이제 "어떠한 아바타를 소유하느냐?"의 문제는 인터넷상의 인간 관계에 있어
자신의 권력과 능력, 그리고 위계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재현하는 과정인 것이다.
결국 현실의 외모와 학력, 그리고 직업, 아파트 평수, 자동차 차종 등의
상징권력은 아바타의 소비문화를 통해 인터넷에서 새롭게 재현된다. 아바타
문화라는 인터넷상의 새로운 인간관계와 문화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역설이 그대로, 아니 더욱 비약되고 과장된 이데올로기적 효과로
구조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곳에 인간다움이나 평화로운 공동체를 찾아볼
여유란 어디에도 없다.
* 이 글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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