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찌 치하의 수용소에서 많은 유태인과 집시들이 죽어갈 때, 많은 학자들의 저서가
거리에서 불태워질 때, 이런 끔찍한 일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은 히틀러나 그의
비밀경찰, 혹은 괴링과 같은 자들이 아니었습니다. 그 장본인은 자신의 이웃들이
'유태인이다', '집시이다', '공산주의자다', '불온한 사상을 가진 자다' 라는
이유로 차별당하고, 어디론가 끌려갈 때에도, 그런 차별과 억압에 대해 둔감했던
독일인들이었습니다. 아니, 그 차별받는 부류에 자신이 속하지 않음을 위안으로
삼고 도리어 차별을 공공연히 지지했던 자들이었습니다.
권력의 억압이 불러일으키는 공포에 순응함으로써, 결국은 자신과 다를 것이 전혀
없는 다른 사람들을 우습지도 않는 이유로 제거하는 데 동참하는 이런 일은 비단
나찌 독일의 일만은 아닙니다. 어디에서건, 언제든지 일어나는거죠.
제가 인터넷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통신질서확립법에 대해 알게되면서, 이
게시판에서만 활동한 지 이제 1년 반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인상깊었던 다른
분들도 계셨지만, 지금은 아무도 안 남아있군요... 아마도 아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계시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전 제 목소릴 내는 것을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이건 진실로 내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인터넷내용등급제가 현실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말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이 사오정 정책을 저지하기에는 여전히
소수의 목소리만 메아리치고 있군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십거리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 간혹, 내가 할 수 있는 활동의
영역에서 뭔가 부족한 게 없었을까, 아니면, 내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식이
잘못되었을까, 아니면 내가 뭔가 틀린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하고 반성해보기도
합니다. 부끄럽게도 제 여자친구도 아직 설득하고 있지 못하니까요...
엑스죤 사이트에 가보니, 정통윤의 협박문서와 함께 사이트를 폐쇄하겠다는
엑스죤의 공지만이 남아있더군요. 만약, 인터넷 세계의 그 어떤 사이트나
페이지라도, '음란'하다거나, '불온'하다거나, '퇴폐적'이라거나 하는, 지극히
주관적 취향의 문제를 빌미로 폐쇄되거나, 벌금을 물거나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이미 그렇게 되고 있었죠....), 그건 (미안하지만)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이런 차별과 억압을 가능하게 한 건, 사오정같은 정부도 아니고, 고지식한
관료들도 아니고, 타인의 고통과 입장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지 못하는, 무심한
우리 모두들입니다. (근본적으로 불합리할 수 밖에 없는) 차별을 보고도 방관하는
사람들에겐 그 자신 차별받는 상황에 처할 지라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대할
자격이 없습니다.
성에 대해서, 육체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동성애에 대해서, 이성애에 대해서,
혹은 다양한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청소년에게 유해합니다. 최소한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성과 육체와
무관한 생활세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건전한 성과 그렇지 않은 성이라는 구분
또한 그 아무런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니아니, 우리는 그 구분의 근거를
따질만한 여유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죠.
이제 제 작은 홈페이지도 폐쇄해야 할 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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