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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5366
글쓴날 : 2001-11-15 20:20:04
글쓴이 : 사람과 사람 조회 : 2268
제목: [성명서] 리모트 컨트롤은 이제 그만 ! - 엑스죤 폐쇄와 관련하여

[성명서] 리모트 컨트롤은 이제 그만 !

- 엑스죤 폐쇄와 관련하여

지난 2001년 11월 9일, 국내 최대 동성애자 사이트인 '엑스죤(http://exzone.com)'이 폐쇄되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http://www.icec.or.kr)는 개인 웹사이트인 엑스죤에 대해 유해문구표시 , 유해마크표시, 전자적표시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협박을 하였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그동안 엑스죤 웹마스터 본인에게 알리지도 않고 제멋대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 했으며, 이제 그 상황은 협박에 까지 다달았다. 이런 상황 전개로 인하여 엑스죤은 폐쇄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자진 폐쇄?
분명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엑스죤에 대한 협박성 공문에는 웹사이트 폐쇄를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율적 시행이라는 이름 하에 자행되고 있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인터넷내용등급서비스(http://www.safenet.ne.kr)는 '자율적' 또는 '서비스'라는 수식어와 달리,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한 후에는 '협박적' 그리고 '억압적' 제도의 면모를 들어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서비스'는 전국 모든 PC방과 학교, 도서관에 깔릴 예정이다. 인터넷내용등급서비스는 결국 어떤 서비스도 아닌, 공권력에 의한 검열에 지나지 않는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정보통신에 대한 깡패 집단일 뿐이다.

Not A Service, It's A System 인터넷내용등급서비스의 영문명에는 서비스 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서비스에 해당하는 영문명은 System이다. 즉, 결코 서비스가 아닌 하나의 제도이며 체제이다. 이 체제의 목적은 검열과 통제를 통한 국가 권력 안정에 있다. 인터넷과 관련한 새로운 검열 체제를 만들려는 것이다.

청소년 보호법!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청소년보호법 제8조 및 동법시행령 제7조에 따라 동성애 관련 인터넷사이트에 대하여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결정하여 청소년보호위원회에 통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행령은 동성애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성애자 청소년에게 동성애가 유해 매체물이라면, 동성애자 청소년에게 이성애는 유해 매체물인가? 청소년 보호법은 '건전한' 이성애자 만을 대상으로 하는가? 성적 지향성에 대해 청소년보호법은 판단하려 하는가?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은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항목을 담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은 결코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이 아니다. 동성애를 유해매체물로 규정한 시행령만 보아도 이 법이 얼마나 졸속적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의 기본 권리인 인권에 대해 청소년보호법은 그런 식으로 무시하고 있다.

대답은 언제나 간단. 해당 웹사이트는 전혀 알지 못했던, 엑스죤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고시 관련 재심의에 대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답변은 단지 '기각'이었다. 음란하다는 이유로 고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의 가능성을 열어두지도 않고, 도대체 무엇이 '음란'한지 결코 알려주지 않으며 나아가 그 어떤 질문에도 위원회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는다. 청소년보호법을 관리하는 청소년보호위원회에 대한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 중 동성애 규정 관련 삭제에 대한 그들의 답변 또한 단지 '거부'이었다. 결코 그들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는다. 한 번 내뱉으면 그만이다.

리모트 컨트롤은 이제 그만! 공권력에 의한 사전 검열은 헌법에 위배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러가지 장치와 체제를 만들어 내어 국민을 속이려 들고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영역인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 영역에 검열과 통제의 칼을 들이밀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인터넷내용등급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그 실체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청소년 보호법과 동법 시행령이 자리잡고 있다.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만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상호 모순이 되는 행동을 자행하고 있다. 동성애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규정하며 동성애자의 새로운 커뮤니티인 동성애자 웹사이트에 대해 깡패들은 문을 부수고 밖으로 못나오록 막으려 한다. 그들은 더이상 직접적인 검열을 하지 않는다. 자체적인 자기 검열, 그것이 그들이 고안해 낸 새로운 검열 형태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엑스죤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을 철회하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리모트 컨트롤 다루듯 정보통신 영역에서의 검열과 동성애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라!

어떠한 제도나 법도 어느 한 쪽을 위해서만 존재해서는 안된다. 그 때 그 제도나 법은 공정성과 타당성을 잃게 된다. 인터넷내용등급서비스와 청소년보호법은 그렇기에 공정성과 타당성을 상실했다. 정보통신과 표현의 자유, 동성애자를 탄압하는 이 시스템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공권력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이 시스템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이 땅의 탄압과 억압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함차게 싸울 것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그 저울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고려대학교 동성애자 모임 사람과 사람 대표
http://www.queer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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