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립니다 의견게시판 뉴스클리핑 서명게시판 자료실 English

첫화면 | 인트로화면달기 | 배너와로고달기 | 메일링리스트 | Hot Issue | 운영자


의견 게시판

국가권력과 상업적통신망의 검열과 검열에 맞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모든 의견을 소통하고 논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갑시다.

 

> Free게시판 운영원칙


번호 : 547
글쓴날 : 2001-03-22 17:04:50
글쓴이 : 들레꽃 조회 : 2724
제목: [김기중 변호사] '그들'의 잔치가 시작되다

* 무크지 <구운몽>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여기 언급된 법안은 2000년 7월 처음
문제시 되었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통신질서확립법)
원안입니다. 2001년 1월에 공표된 이 법의 최종 개정안에서는 몇몇 부분이
수정되었지만, 이 법의 (제정이나 다름없는) 개정 취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읽어보실 만 합니다.


'그들'의 잔치가 시작되다
변호사 김기중

군대는 그냥 놔두면 적을 만들어 전쟁을 하려 하고,
권력은 그냥 놔두면 법을 만들어 규제를 하려 한다.

 드디어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인터넷은 무정부 아노미상태요, 무법천지다. 감히 나랏님을 함부로
이죽거리고, 높은 양반에 대해 경의를 표하기는커녕 자꾸 딴죽거리며, 사회의
건전한 도덕질서를 무너뜨리는 온갖 노골적인 성표현물을 유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나름대로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였다. 위헌시비의 위험을
무릎쓰고 정보통신부장관으로 하여금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정보를
금지시킬 수 있도록 하고(전기통신사업법), 전기통신기본법에 전기통신음란죄를
추가하였으며, 선거법에 각종 제한규정을 포함시키는 외에도 외국에서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힘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일상적 감시기구를 만들어 대응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유연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웬만한 규제수단은 유연한
인터넷의 자유분방함에 오히려 압도되었다. 역사이래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이렇게 자유롭게 통치대상의 '입'과 '눈'을 풀어놓은 적은 없었다. 원천봉쇄가
가장 효율적임을 알고 있는 '그들'은 인터넷에 국경을 세우겠다는 터무니없는
발상도 한다.
 그리고 이제 오랜 연구의 결과물로 보이는 '터무니있는' 작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 자체도 묘한 '건전한 정보통신질서확립법안'이 그것이다.
'건전'하지 못한 인터넷에 '질서'를 세우겠다는 정보통신부의 야심작이다. 하지만
역시 강력한 권력기관에 의한 원천봉쇄의 효율성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의
작품답다.

 그 내용을 한번 보자.
 먼저 법안은 전기통신사업법의 '불온통신' 규정을 '불법정보'라는 이름으로
확대규정했다. '불법정보'인지 여부는 윤리위원회가 판단하여
정보통신서비스사업자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그래도 사업자가 '불법정보'를
제거하지 않으면 정보통신부장관이 제거명령을 내린다.
 그들은 '불온' 정보가 아니라 '불법' 정보이며, '불법' 정보는 금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 타당한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법안이 말하는 '불법'은 모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불법'이다.
그 '불법'의 단속권한은 당연히 사법당국에 있지 행정기관에 있지 않다. 더구나 그
불법의 대상이 '표현행위'라면 행정기관이 나서서 '불법'인지 여부를 판단하여
그것을 제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안에 의해 '불법정보'가 된
명예훼손, 허위정보, 사행행위, 음란한 영상 등의 포괄적 개념들은 사법부에서도
그 판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이후에도
그 옳고 그름에 대한 논란이 중단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불법정보'가 무엇인지 애매한 현실에서 그것을 판정할 권한이 있는 윤리위원회의
권한은 애매함의 크기만큼 커진다. 윤리위원회를 통제할 수 있는 정보통신부는
직접, 그리고 다른 권력기관은 정보통신부를 통해, '불법정보'를 손쉽게 제거해
버릴 것이다. 이제 포스코가 저작권이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안티포스코사이트에
딴지를 걸었듯이, 정부는 명예훼손이나 허위정보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정보와 인터넷사이트를 추방하게 될 것이다.

 둘째 법안은 불법정보에 대한 책임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떠 넘김으로써
내용통제를 강화하는 교활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불법정보에 대한 책임을 사업자에게 떠 넘기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사업자는
정보의 내용을 인지하고 그 정보를 제거할 수 있을 경우 모든 민형사상의 책임을
그 정보제공자와 함께 진다. 윤리위원회는 어떤 정보가 불법정보인지를 사업자에게
전자우편으로 알린다. 이때부터 사업자는 정보의 내용을 인지한 것으로 간주된다.
사업자는 그 정보를 제거할 기술적 수단도 당연히 갖추고 있을 것이므로, 사후에
그 정보가 위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사업자도 그 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즉, 윤리위원회가 통지만 하면 사업자는 사후에 민형사상의 강력한 책임을
질 수 있다.
 사후에 있을 수 있는 민형사상의 강력한 책임을 감수하면서까지 '불법정보'로
딱지붙여진 정보를 삭제하지 않을 사업자는 없다. 윤리위원회는 손도 안대고 코를
풀 수 있는, 기발한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게 사업자를 위축시켜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거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은 어떤 입법례에도 없는 교활한
방법이다.

 셋째 정보통신부와 산하 단체의 직접적인 힘이 미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범위는 그 한계를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라 함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사업자뿐만 아니라 위 사업자의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보의 제공을 매개하는 자를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비영리민간단체도 이에 해당될 수 있다. 당연히
비영리민간단체도 정보통신부는 물론이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게 된다. 예를 들면 질서확립법안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이용정보와
이용기록을 보존하도록 의무화하고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이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비영리민간단체도 이용정보와 이용기록을 보존해야 하고
정보통신부장관의 제출명령에 응해야 함은 물론 수사기관의 제출요청에도 응해야
한다. 비판적 사회활동은 물론 일반적 사회활동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동하여
온라인에서 행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통신부와 윤리위원회의 이러한 규제권한은
모든 개인과 단체에 대한 정치적 억압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다. 이런 일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도 항상 허용되었던 것은 아니다.

 넷째 법안은 인터넷내용등급제의 도입을 규정하고 있다.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다. 하지만 질서확립법안이
도입하고자 하는 등급제는 등급제라 할 수도 없다.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등급제는 이용자의 자율적인 기준설정과 선택권을 필수적인 요소로 하기 때문이다.
법안은 교묘한 수단을 동원하여 자율적인 등급제의 외양을 보이려 노력한다.
이용자의 신고를 받아 등급부여를 '권고'할 수 있다거나, (직권으로 등급분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제공자의 신청을 받아 등급분류를 할 수 있다거나,
영리목적으로 청소년유해정보를 제공하려는 자에게만 강제적인 등급표시의무를
부과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교묘한 장치들이다. 하지만 법안대로라면 사이버세계의
최고권력자일 수도 있는 윤리위원회의 '권고'가 과연 '권고'로만 그칠지 의문이다.
또한 어느 범위까지 영리인지, 청소년유해정보가 무엇인지를 알 수 없는
정보제공자들은 '미리' 윤리위원회에 내용을 보여주고 책임을 면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는 무늬만 자율인 '교묘한' 사전검열이다.
 이미 등급제를 내용으로 하는 상업서비스가 시행중이다. 적극적인 관심이 있는
부모들은 이를 이용하여 자녀들을 인터넷 유해(?)정보로부터 차단할 수 있다.
자녀에 대한 정보의 노출수준을 정하는 것은 부모나 보호자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다섯째 법안은 제정된 이래 지속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청소년보호법상의
유해매체기준을 온라인매체에 그대로 도입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상의
유해매체기준은 그 포괄적이고 애매한 내용으로 악명이 높은데다 온라인매체의
특수성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온라인매체에 적용하게 되면 청소년유해매체의
범주에서 벗어날 내용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비닐포장만으로 1개의 표현물에
대한 접근차단이 가능한 현실매체와 달리 접근차단을 해야 할 1개의 표현물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온라인매체의 특성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사이트 전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용하고 있는 서버의 종류와 형태 등의
제한으로 접근차단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애매한 상황은
윤리위원회의 재량권을 더욱 넓히게 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불법정보판정권,
등급분류권, 청소년유해매체지정권을 이유로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의 크기는
사이버세계에서는 정보기관의 그것에 비견될만한 것이 될 것이다.

 여섯째 법안은 윤리위원회를 강화하는 외에 여러 측면에서 사이버세계를 관장할
새로운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개인정보에 관한 분쟁을 조정하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내용등급분류권한과
불법정보에 대한 강력한 규제권한을 갖게 될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국가 및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의 공동활용체계 구축을 위한 별도 기관의 설립,
온라인사회의 얼굴로 기능하고 있는 인터넷도메인네임에 대한 분쟁을 조정하는
도메인이름분쟁조정위원회 등이 신설되거나 권한이 확대되는 기구들이다. 이들
기구의 위원과 위원장은 정보통신부장관이 위촉하거나 승인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온라인사회의 입법, 사법, 행정권한이 정보통신부와 산하단체에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권력집중의 폐해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법안에는 결코 잡다하다고 볼 수 없는 잡다한 내용들이 산재해 있다. 이른바
'불량이용자'라는 이름으로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는 문제, 독립적이어야 할
도메인이름분쟁조정위원회의 위원을 정보통신부장관이 임명하고 그 권한을 따로
규정하지 않은 문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
네트워크이용기록과 그 기록의 수사기관에 대한 제출의무 등 수많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구체적인 문제점들에 있지 않다.
통신질서확립법안에는 지금까지 결코 자유롭게 말하지 못했던 '통치의 대상들'이
새로운 매체를 이용하여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권력의 안타까움과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온라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겠다는
시각이 담겨있다는 데에 있다. 그 시각은 '질서확립'이라는 개념에 응축되어
표현되어 있다.

 과거 군사정권아래서 우리는 국가안보와 사회질서라는 미명아래 입과 귀를
봉쇄당한 경험이 있다. 언론의 등록은 제한되었고 그나마 보도지침에 굴복해야
했으며 불법적인 금서목록에 따라 출판은 제한되었다. 영화, 연극, 심지어 노래와
무용까지 검열에 의해 햇빛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대부분 국가안보와
사회질서유지를 명목으로 내 세운 법률에 의해 시행된 합법적인 것이었으나, 지금
되돌아보면 그러한 조치가 법의 탈을 쓴 권력남용의 극단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장치들이 이제 없어졌다고 하여 국민을
통치대상으로 보고 국민의 입과 귀를 콘트롤하려는 권력의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며 변할 수도 없다. 통신질서확립법은 그 상징적 표현이다. 물론 새로운
매체의 폐해(청소년보호, 온라인성폭력, 온라인범죄 등)를 감소시키는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 폐해가 정부와 국가의 온라인매체에 대한
권력적 개입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될 수는 없는 일이다. 온라인매체의 폐해는
시민사회와 함께 풀어갈 때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지, 행정규제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안은 폐기되어야 하나, 그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정부는(작게 보아
정보통신부는) 이 법안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으며, '질서확립'은 강한 대중적
호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보호법도 모든 매체에 대한 표현을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는 획기적인(?) 법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보호라는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별다른 문제제기없이
시행되었다(청소년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문제와 현행 청소년보호법의 내용이
적절한지의 문제는 별개이다). 법이 시행된 이후에 문제의 심각성이 일부
지적되었으나 이미 법률은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였고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사회적
세력이 되어버린 뒤였다. 적어도 통신질서확립법은 청소년보호법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언론과 정보통신을 다루는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광범위한
사회단체가 연대하여 이 법률에 조직적으로 반대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 법안의
대중적 호소력을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은 이른바 '지식인'이다. 국민의 입과
귀를 틀어막으려는 권력의 의도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이런 여론의 환기가 없다면 법안폐기운동은 실패할 것이다.


글쓰기 답글쓰기 수정하기 지우기
 
홈으로 이전글 목록 다음글
Copylefted by JINBO.NET

첫화면 | 알립니다 | 의견게시판 | 뉴스클리핑 | 서명게시판 | 자료실 | 운영자 | English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 * no copyright! just copy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