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호에 이어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저번 호에서 어디까지 말씀드렸는지
기억나십니까?
네, 정통윤이 실시 중인 인터넷내용등급제는 크게 자율등급시스템과
제3자등급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중 자율등급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3. 자율등급시스템과 PICS표준의 개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자율등급시스템은 인터넷컨텐츠의 저작자가 스스로 자신의
컨텐츠에 등급을 매기고 그 등급을 인식할 수 있는 내용선별소프트웨어를 통해
필터링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등급을 표시하는 입장에서는 내용선별소프트웨어가 인식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내용선별소프트웨어 입장에서는 등급표시를 인식할 수 있도록 공통된
형식의 문법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PICS입니다.
(PICS규격에 관한 공식적인 설명은 W3C 사이트의 PICS 섹션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3-1. 등급부여 방식 (Label format and distribution)
PICS를 제정하는 것은 웹 표준화 기관인 W3C입니다. 그래서, PICS도 웹 표준기술의
일부이며, PICS에 의한 등급표시는 웹 문서표준인 HTML 혹은 XML 의 태그형태로
기입됩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head"부분의 "meta" 태그의 형식으로 기입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단순한 예를 들겠습니다. 다음 태그양식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청소년유해매체물 등급표시를 하라면서 보낸 공문에
들어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가 바로 인터넷등급제의
일부인 부정할 수 없는 증거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후의 선전물을
참조하시길...)
<META http-equiv="PICS-label" content='(PICS-1.1
"http://service.icec.or.kr/rating.html" l gen false for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페이지 URL 명" r (y 1))'>
이 태그양식이 지시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content 이하의 문구들은 차례대로, 이
등급표시가 PICS규격의 1.1버젼임, 등급배포기관, 몇 가지 옵션과 등급을 표시하고
있는 사이트 혹은 페이지, 등급의 카테고리(여기서는 y하나 밖에 없음) 카테고리의
값(value, 여기서는 1)을 뜻합니다(여기서는 'y 1'이 청소년유해매체물 등급임을
표시하는 문자열입니다).
굉장히 단순명쾌한 문법입니다(사실 굉장히 복잡합니다. ^^;; )
3-2. 등급에 의한 필터링 방식 (PICSRules)
이렇게 웹 문서에 등급표시를 기입했다면, 그 등급표시를 차단소프트웨어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W3C의 PICS 표준은 이런 양식도 일정한 문법으로 정해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위 청소년유해매체물 등급표시를 인식할 수 있는
차단소프트웨어용 파일을 이미 배포하고 있는데, 그것은 정통윤이 제작한
내용선별소프트웨어가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차단소프트웨어인 인터넷익스플로러의 내용관리자용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그 파일(youth.rat)을 텍스트편집기로 읽어보면, 파일 속의 문자열이
정확히 PICS문법으로 작성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은 정보통신검열행동에서 발표한 문서에도 들어있으므로, 여기서는
지면관계 상 생략하겠습니다.
잠깐, 그 개요에 대해 언급한다면...
청소년유해매체물 등급처럼 등급이 단 두 개짜리라면, PICSRules 는 해당
카테고리(y)의 값 '0'까지 허용할 것인지 혹은 '1'까지 허용할 것인지 옵션을
제공합니다.
('1'값이 부여된 문서를 차단할 것인지 혹은 모두 허용할 것인지의 옵션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등급이 네 개짜리라면, 그리고 그 카테고리가 h 라고 정의되어 있다면,
등급표시는 h 0, h 1, h 2, h 3 로 각각 할 수 있고, PICSRules 는 h 0 까지
허용할 것인지, h 1 까지 허용할 것인지, h 2 까지 허용할 것인지, h 3 까지
허용할 것인지의 옵션을 제공합니다. 그러니까 값(value)이 클 수록 차단될
가능성이 더 많은 거고, 값이 0 이라면, 절대 차단당하지 않는 등급이죠.
4. 정통윤이 유포하는 PICS에 관한 환상들
아주 간략하게, PICS 규격에 대한 설명을 했습니다. 위에서 보신 것처럼 PICS 규격
자체는 간단한 문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는 정통윤이 PICS 기술표준에 관한
환상을 유포하는 주요한 논리이기도 합니다만, 어떤 정보에 대해 등급을 부여하고
그것에 따라 차단여부를 정한다는 것은 굉장히 사회적인 행위입니다. 예를들어,
나찌 독일의 히틀러가 아리아인의 우수성에 대한 태도를 등급시스템으로 만들어,
독일국민들에게 인종적 우월감의 정도로 등급을 매기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당시에 인터넷이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 )
4-1. 등급표시는 자율이다?
네, 자율등급시스템 하에서 등급표시는 '표면적으로' 자율적입니다. 즉, 자기가
작성한 웹문서에 대해 등급을 매기는 것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의 행위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굉장히 표면적일 뿐입니다. 자율등급시스템이 제대로
효과가 있으려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등급을 표시하고 내용선별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PICS와 관련한 등급배포기관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기관이거나, 혹은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국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혹여 사이버세계 구성원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치더라도, 인터넷
상의 모든 컨텐츠를 단일한 기준으로 차례대로 줄세우려는 시도는 근본적으로
불합리합니다. 그것은 소수의견, 소수자들을 배려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을
실질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나찌 독일의 예를
들었습니다만, 만약 그때 자율등급시스템이 있었다면, PICS의 등급시스템은
아리아인의 우수성에 대한 믿음이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마저, 어떻게든, 자신의 믿음의 정도를 표명하게 합니다(폭력입니다!).
만약, 아리아인의 우수성을 믿지 않는다고 자신의 정보에 등급을 표시한다면,
사회적으로 매장됩니다. 내용선별소프트웨어는 폼으로 있는 게 아니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보가 인터넷의 많은 부분에서 차단될까봐 두려워 자신의
신념과는 상관없는 정보를 인터넷에 제공하거나, 혹은 허위등급을 매기게 됩니다.
만약, 등급을 매기지 않는다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차단소프트웨어인
인터넷 익스프롤러의 내용관리자에서는 등급이 없는 문서는 기본적으로
차단합니다.
앞으로 배포될 내용선별소프트웨어는 어떻게 작동할 지 모르겠지만, 만약 많은
사람들이 등급을 매기지 않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정통윤은 그 후속조치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3자등급시스템입니다(자세한 이야기는 이후에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야만스러운 일이 이미 이 나라에서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초의
동성애자 커뮤니티 사이트 엑스죤은 자신의 사이트에 청소년유해매체물 등급표시를
하고, 많은 컴퓨터에서 차단당할 것, 혹은 소위 음란하다는 사이트를 없앨 것
양자택일을 요구받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후자를 택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다음 선전물에서 정통윤의 등급시스템에 대해 대해
언급하면서 자세히 하겠습니다.
4-2. 차단할 등급을 정하는 것은 사용자 자율이다?
4-1 의 논리는 굉장히 사회적인 문제로 접근을 해야하지만, 정통윤이 주장하는
사용자 자율 논리는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반증될 수 있습니다. 정통윤은 자신이
발표한 문서에서 차단할 등급을 정하는 것은 '사용자' 혹은 '정보이용자'의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 쓰는 컴퓨터에 직접 내용선별소프트웨어를 깐다면 맞는
말이겠습니다만, 사용자 혹은 정보이용자가 말그대로, PC를 포함한 각종 단말기를
이용해 웹서핑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면, 스스로 내용선별소프트웨어를 까는
경우는 거의 없을 뿐더러, PICS가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PC에서가 아니라,
서버에서입니다. 즉, PICS 표준은 서버에서도 작동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하여 어떤 형태로든지 서버에 접속하거나 경유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실제로 차단할 등급을 결정하는 것은 서버의 관리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 인터넷 유저가 서버의 설정에
접근하는 방법은 해킹 밖에 없죠.(-.-;;;)
한편, PC에서 동작하는 내용선별소프트웨어라 할지라도, 실제로 차단할 등급을
결정하는 것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정보이용자가 아닙니다. 관공서나 학교, 도서관
등에서와 같은 많은 PC에는 별도의 전산관리자가 있으며, 극히 개인적 용도의
가정용 PC라 할지라도, 내용선별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부모님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의 PC에 차단소프트웨어를 스스로
깔 정도의 분별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인터넷 컨텐츠도 스스로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4-3. PICS와 정보선택권?
정통윤은 자신이 발표한 어떤 문서에서 PICS에 의한 자율등급제는 정보이용자의
정보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자율등급제를 반대하는 것은 정보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되려 화를 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봅시다. 정보선택권이라 함은 말 그대로, 정보수용자가 자신이
수용할 정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정보수용자는
정보이용자와 동의어로 해석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PICS는 자신의 이름에 'sellection' 이란 단어가 들어 있다하더라도 그
기술적 작동방식 어디에서도 순수한 의미에서의 선택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 그대로, PICSRules 는 값이 0 번인 문서부터
"차례대로" 허용할 정도를 결정합니다. 혹은 값이 가장 큰 문서부터 "차례대로"
차단할 정도를 결정하죠.
만약 PICS가 정보선택권을 의미한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아닌
문서를 볼 권리, 청소년유해매체물인 문서과 아닌 문서 모두를 볼 권리와 함께
청소년유해매체물 문서만 볼 권리도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정통윤은 말을 똑바로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