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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616
글쓴날 : 2001-04-20 00:25:11
글쓴이 : 멜로뽀 조회 : 1338
제목: 나에게 음란물은 무엇이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지난 번 모임 홈페이지에 쓴 글인데요...
음란물에 대한 제 생각을 적은 겁니다.


porco

 성이 이렇게까지 까발려지고 있는 적은 없다. 많은 사회적 파급을 가져왔던
오양의 비디오가 그렇고, 서갑숙의 에세이 '나는 때로는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에서부터 한 일본문화평론가의 성체험담에 이르기까지 성상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제 적어도 자신의 성과 자신을 둘러싼 성경험에 대해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제반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여건들이 마련되기까지 진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진통은 존재한다. 소설의 경우, 1970년대 말 '반노'라는 작품이 처음으로
외설시비에 오른 작품으로 알고 있고, 이는 90년대에 와서 소설, 영화, 만화등
다양한 장르에 확산되어 있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지만, 이제는
전선이 많이 바뀌었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국가기구의 직접적 탄압이나 검열은
없어지게 된 것이다. 대신 종교단체나 시민단체들이 성적 표현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가의 검열기구나 관련 법조항, 시설기준등은 불법비디오 제작에
대한 통제를 이유로 직간접으로 정치적 표현물을 탄압하였다. 레드헌트의 사례가
그렇고, 푸른영상에 대한 침탈이 그러했다. 당시의 전선은 정치적 표현물에 대해
국가와 관련제작단체, 이와 연대한 정치단체 등으로 이루어졌다. 
   새롭게 형성된 전선은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온 문제들이다. 정치적 입장이나
공공선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현실의 문제, 내 생활의 문제로 다가오면서
논의의 열기는 예전보다 뜨거워지며, 적과 아군을 가려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롭게 제기되는 현실은 우리의 잣대로 판단하라고 들이댄다. 적어도 공륜이나
여타의 국가장치에 의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던, 이들이 수평적 위임을 가장한 채
가위질하는 상황에서 탈피하면서 이러한 몫이 시민에게 던져진 것이다. 이게
음란물인가, 아닌가, 이게 도대체 뭔가 하는 질문은 우리가 던지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과연 우리에게 음란물은 무엇이다 라고
답해줄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라는 것...... 음란물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라는 말처럼, 내가 보면
쓰레기 하드코어포르노인 것이 다른 이에겐 흙속의 진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전제하고 현실로 돌아가자. 현실에서는 음란물을 법이 심판한다. 그것도
아주 모호한 기준으로. 한국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아름다운 금수강산과 미풍양속,
양반과 상놈의 질서가 존재하기에 음란물은 심판받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보다
합리적이다. 예술적 가치가 인정되는 것, 동시대인의 가치기준에 부합하는 것,
성적 혐오감을 주지 않을 것 등등의 기준이 존재한다. 
   법체계의 미풍양속 개념은 과연 현실에 기초하는 것인가? 물론, 법치주의가
민주주의에 흔들려선 안된다. 법은 흐르는 물에 의해 서서히 바뀌는 바위와
같다라는 말이 있지만, 현실에 뿌리내리지 않은 것이 바로 미풍양속이다. 남자
청소년 80 ∼90%이상이 소프트포르노와 성인섹스물을 빌려보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미풍양속이 존재하는 것인가? 동시대인의 가치기준으로 본다 하더라도 과연
포르노를 음란물이라 할 수 있는가? 온국민이 한번쯤은 빌려보는 포르노를.


 문제제기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문제는 가치기준이 무엇인가에 던져져야
한다. 이러한 가치기준이 숨기고 있는 것들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음란물이 문제다, 우리 애들이 걱정이다 라고 말하는 모든 이들은 어느새
하나의 한계선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여러 다른 전선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은폐하는 것이다. 과연 성기노출과 직접적 성행위가 혐오스럽고, 역겨운 것인가?
여기까지가 음란물이 아니고, 여기까지가 음란물이야 라고 누가 정했는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도처에 깔려있는 성적 은유, 집단성적 몰입,
성상품화에 대해선 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가? 왜 여성의 몸을 비추고 있는,
여성의 몸에 fucking하고 있는 카메라는 보지 않는가? 왜 카메라와 동일시 하고
있는, 그들의 몸을 쥐어짜고 있는 남성들은 보지 못하는가?
   음란하다, 아니다는 의미가 없다. 이는 하공에 떠다니는 실체없는 것에 돌을
던질 뿐이다. 이는 다시 재생산을 위한 거짓놀음에 불과하다. 다시 화살은
우리에게 문제설정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되돌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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