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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등급제와 인터넷 규제의 지형
홍 창 욱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0. 들어가며
최근들어 '유해한', '반사회적', '비윤리적'이라 언급되는 사이트들이
부각되면서 인터넷 규제론이 현실적인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된 바 있는 '자살사이트', '폭탄사이트', '병역거부사이트'가 과연 유해한가?
반사회적인가? 비윤리적인가? 이에 대해 논의하기도 전에 '사이트 폐쇄'와
'수사착수'라는 행정적 영향력은 이들에 대한 판단을 확정지었다. 이러한
표현행위가 사회의 기본적인 인식이나 관념을 해체시켜서 공동체의 근간을
흔들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인터넷은 규제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나아가 이들이 주장하는 인터넷 통제의 필요성은 '통신질서확립법'이라는 형태로
나타났으며 '청소년 보호', '사회질서 유지', '미풍양속 보존'이라는 근거로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7월 1일이후 시행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는
인터넷등급제는 등급의 기준에서 뿐만아니라 기술의 적용에서도 수 많은 유익한
정보들을 차단할 것이 확실시된다. 또한,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한 내용규제가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정치적 검열을 행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킴으로써
사회통제의 수단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1. 인터넷 관리와 자유를 둘러싼 논쟁
인터넷의 다양한 표현들 중 관리영역에 있는 범주들은 다음의 3가지로 나눠어 질
수 있다. ①누구나 권리가 있는 표현(정치적, 공적인 일에 대한 표현), ②누구도
권리가 없는 표현(음란물과 아동포르노), ③어떤이는 권리가 있지만 다른이는 없는
표현(지역과 연령에 따라).
국내에선 ⑴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는 개별적인 사안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명백한 검열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규제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대신
인터넷에서의 표현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는 ⑵, ⑶에 대한 법적, 기술적 대처에
맞춰지고 있다. 이는 가장 논쟁적인 주제로서 규제의 효과가 있는가, 청소년
보호를 위한 합리적 기준이 제시되고 있는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가능성은
없는가 등의 법적 문제에서부터 기술적 여과나 검열의 가능성은 없는가, 인터넷의
구조와 사회적 패턴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등의 기술적 문제까지를 광범위하게
포괄한다.
규제상황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당사자의 의도와 목적이 다르다는 점도 중요하다.
해당법률에 동일하게 반대를 주장하더라도 이를 주장하는 이유가 표현의 자유에
중심이 맞춰져 있는지, 다른 규제안을 채택하면서 얻을 수 있는 상업적, 정치적
이익에 중심이 맞춰져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미국의 경우, CDA(Communication
Decency Act)논쟁에서 국가주도의 규제에 대해 시민단체와 사업자들이 반대하여
다른 기술적 대안들이 제시되었지만 이러한 안건에 대해서도 ACLU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국가와 통신사업자, 이용자, 정보제공자, 시민단체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일단은 국가의 직접적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는 결국, ⑴인터넷에 대한 관리나 합리적인 규제는 집행하는 집단과 심의기준을
상정하고 이는 반드시 국가나 ISP의 자의적 검열과 시장을 이용한 검열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 ⑵국가의 규제는 정보통신시장과 정보의 확산에 걸림돌이 되므로
통신사업자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에서 자율적인 심의기준을 마련하고 규제의
책임을 개별 ISP에서 맡아야 한다는 주장, ⑶통신사업자는 직접적 이해관계에
있으므로 이를 제외한 순수민간단체들로만 구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좁혀질 수
있다.
이와같이 동일한 법률과 기술적인 규제를 둘러싸고 의견대립이 생기는 이유는
합리적 규제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더라도 규제의 기준, 방법, 시기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인터넷 관리를 둘러싼 갈등 중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는 검열과 합리적 규제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1) 검열론
검열은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등이 발표되기 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①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②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③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④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침해가 실제 발생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 비추어 침해의 가능성만으로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부정적 효과(chilling effect)'를 낳을 수 있기에 '검열'의 형식적
주체와 의미에 착안, 표현의 자유의 침해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는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 특히, 인터넷의 시장적 측면을 의식하거나 정치적 파장을
꺼려하는 정부가 법이외의 제약구조들 중 하나를 변경하고 법이 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때는 법적인 문제만으로 검열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로렌스 레식은 인터넷을 규제하는 네가지 제약을 법, 윤리, 시장, 구조로 설명한
바 있다. 이 네가지 요소는 각각이 유일한 규제의 요인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현실적 정세의 힘논리등에 의해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기에 특정 표현이나
행위에 대한 제약은 네 가지 제약들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Mosco또한 규제와 탈규제의 개념적 속성은 민간기업과 개인에 대해서 정부의
관여형태가 직접적인가 간접적인가, 또는 관여정도가 높은가 낮은가의 정도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탈규제화란 정부가
시장을 관리하는 일종의 메카니즘을 의미하는 것으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시장개입에서, 경쟁을 이용하여 우회적으로 계속 관리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결국,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어떠한 수단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은
인터넷이 가진 여러 가지 특징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화적 변화에
주목한다. 쌍방향성과 익명성으로 인해 촉진되는 조직내의 민주적 소통가능성,
억눌린 소수자의 의견 표출은 기존 의사소통방식의 한계상황을 넘어섬은 물론,
제한적으로 정보를 독점하는 이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주요한 요인으로서
작용한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의 내재적 한계에 대해 스스로 묻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여야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대책이 '공익'을 외피로 한 채
권위적이고 엘리트적인 잣대로 다양성을 위축시키는 검열로 작동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2) 규제론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모든 이들이 합리적 규제에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만 규제를 하게 된다면 규제의 기준을 엄밀하고도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합리적 규제라 함은
정부·서비스제공자·정보제공자·시민단체·이용자에 구분없이 객관적 기준에
의해 명백히 다른 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 청소년이나 접촉을 꺼려하는
성인에게 관리영역의 성적 표현물(소프트코어 포르노그라피)를 제공하는 경우,
성인이라 할지라도 규제 영역의 성적 표현물(하드코어 포르노그라피)를 제공하는
경우로 한정되어야 하며 최소규제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규제에 찬성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규제의 대상과 목적에 대해서 불분명한
것이 사실이며 규제를 시행하는 기구는 규제의 범위를 '규제영역의 성적 표현물'과
'성적 표현물자체'에 한정하지 않는다. 순수 민간기구라고 자칭하고 있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포괄적인 심의기준으로 행정적 명령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기에 '청소년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사회적 다양성을 통제하고자 하는 권력기관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이러한 상급기관에 의한 규제가 통신역사와 대중화정도의 차이로 인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국내 규제의 역사와 현실이 합리적 기준을 넘어서 정치적
검열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규제냐, 검열이냐에 대한 입장차이를 분명히 드러내고 규제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지형을 그리기 위해서는 '음란물'규정에 대한 문제, 이를 규제하고자 하는
기구들에 대한 검토, 인터넷 내용물에 대한 상반된 인식차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2. 인터넷 규제의 지형
1) 성적 표현물에 대한 판단
인터넷 성적 표현물 규제를 위한 법적 근거로서 제시되고 있는 개념은 음란(형법
제 243조, 전기통신기본법 제 48조의 2, 청소년보호법 제 10조),
불온(전기통신사업법 제 53조,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 16조),
미풍양속(정보통신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 20조, 전기통신사업법 제 53조,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 16조)등이 있다.
성적 표현물에 대한 규제의 근거로 볼 때, 음란개념은 형법과 성폭력범죄
처벌법등 다른 관련 법률에 기재되어 있는 반면 불온통신, 미풍양속 개념은
정보관련법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음란보다도 더욱 광범위한 개념이고 음란과
마찬가지로 이미 규제자의 판단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기에 자의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다른 개념들이 성 표현물에 관련된 개념인데 반해 불온의
개념은 정치·사상적인 의미를 강하게 띄는 것으로 '음란'판단여부에 적합하지
않다.
이와 같이 거의 모든 매체의 규제기준의 근거가 되고 있는 '성표현물'에 대한
판단기준은 지나치게 모호한 개념이며 유해하다는 명확한 기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풍양속을 해하고 기존의 가치를 파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특히
도덕윤리를 기반으로 한 개념자체의 모호성은 무절제한 사회현실과 경직된
윤리관의 괴리속에 음란물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 규제기준을 마련해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판단이 도덕적, 규범적 규제를 벗어나 여성의 피해의
측면(harm)과 청소년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인 측정이 이루어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준의 모호함이 '성적 표현물' 규제에 대한 장기적 정책수립을 어렵게 하고 여러
가지 폐해들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현실적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들 수 있다.
⑴성적 표현물을 '음란물'로 규정하는 것은 '정세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유해성의 판단이 역사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효과, 규제 기준이
자의적으로 적용되는 상황에서 알 수 있다. 특히 청소년보호를 이유로 한 '성적
표현물'에 대한 규제는 '냉전논리'의 희석화에 대한 공백을 메꾸기 위한
지배권력의 새로운 억압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⑵성적 표현물은 규제의 대상이 되지만 한편으로 소비를 지속적으로 창출해내는
자본주의 최대의 상품이며, 억눌린 욕망의 분출구로서 작용하는 일종의 사회적
관리장치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수적 시민단체들의 판단을 옹호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철저히 방관한다. 특별히 필요한 때만 문제삼을 뿐 대부분 규제영역의 성적
표현물에 대해서는 방관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결국, 가장 대표적인 규제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는 '음란', '불온', '미풍양속'의
개념은 성적 표현물에 대한 판단에 일관되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정작 필요한 '청소년 보호'에 정확한 효력을 미치지 못하고 미디어 통제와 표현을
위축시키는 기제로서 작용하고 있는 바가 크다.
2) 규제기구
현재 인터넷 규제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정부부서는 정보통신부이고 내용심의
전반에 대한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기구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민간자율기구를 지향하고 있다고 하지만 순수 민간자율기구는 아니다.
윤리위원회는 전기통신 사업법 제 53조 2항에 의해 설립된 법정 독립기구로서
조직이나 인적구성의 측면에서 민간인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완전히 독립된
민간자율기구로서 사회각층을 대표하고 있지 못하며 위원 중 호선되는 위원장은
정보통신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예산의 절대적
부분을 정부에서 지원 받는다.
[그림] 생략
이 위원회는 정보를 심의한 결과 불온통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기통신
사업자에게 ⑴이용자에 대한 경고, ⑵해당 정보의 삭제, ⑶불온통신을 행한 자에
대한 이용정지 및 이용해지를 시정요구할 수 있고, 위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부장관에게 취급거부, 정지나 제한을 명하도록 건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위원회의 심의결과가 사실상 행정명령(시정요구->불이행 시 명령건의)에
가깝기 때문에 처벌을 두려워한 사업자가 비록 '자율적'이라도 성적표현물에 대한
사전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소지가 크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조항의 모호한 기준이 행정명령에 준하는 영향력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사실 또한 사업자의 자기검열을 확대하는 원인이 될 것이 다.
이와 관련해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1996년 '실제적 검열기관'으로 위헌판정을
받은 공연윤리위원회비교해 볼 때, 조직이나 운영, 직무범위, 규제권한의
발동형식, 규제의 결과등에 있어 사실상 '전기통신에 있어서의 검열을 위한
행정기관'이라는 평가도 있다.
결국, 규제기구의 검열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국내의 정보화가 정부중심으로
급속하게 추진됨으로써 개별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개입능력과 영향력이 강하다는
점, 규제의 대상이 주로 정치적 비판과 사상적 표현에 맞춰진 점, 근본적으로는
정보화 정책과 그 명분이 기존의 정보매체들이 언론통폐합과 언론기본법등으로
억압적으로 규제되고 있는 시점의 그 주체에 의해 '정보사회의 자유로운
미래상'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에서도 기인한다.
3) 인터넷 내용물에 대한 인식
인터넷 이용자와 일반인의 인식차, 청소년과 부모의 인식차는 인터넷 이용과
규제에 대한 의견 차이를 드러낸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을수록, 제한된 시간내에
특정목적으로만 사용할수록 인터넷 내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들은 대개 부모들이다.
다음의 조사들은 이러한 인식차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일본의 한 연구회의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와 일반인들이 인터넷 규제에 대한 상당한 인식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청소년과 학부모의 인터넷에 대한 태도,
문제의식에 시각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정보'의 영향력에 대해 부모들과 비이용자의 우려가 큰 것은 인터넷상의
성적 표현물과 인터넷문화에 대한 대중매체의 선정적 보도에 힘입은 바가 크다.
어떤 사건이 신기한 것이거나 비정상적이면 더 많은 뉴스 가치를 갖거나, 한
사건이 현재 계속적으로 관심을 두는 이슈가 뉴스로 보도될 가능성이 커진다. 즉,
뉴스에 보도되는 생생한 일화들이 큰 문제에 관한 사람들의 태도를 형성하며 이는
인터넷과 인터넷문화를 왜곡하여 이해하게 되는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현재
내용등급제 시행을 앞두고 대중매체가 이른바
'자살사이트(2000.12.14)→폭탄사이트(2001.2.6)→병역거부선동사이트(2001.3.20)→화염병사이트(2001.3.28)'를
내용의 진위나 맥락을 무시한 채 성급히 보도함으로써 인터넷 규제의 여론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규제에 대한 여론들은 세대가 바뀌고 이용자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겠지만 급조된 여론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법률은 좀처럼 변하기 힘들 것이다.
3. 인터넷 규제와 내용등급제
1) 현 '내용등급제'의 기술적 검토
인터넷 내용등급제란 일반적으로 서비스제공자가 등급기준을 참고하여 자신의
콘텐츠에 자율적으로 등급을 매기고 이것을 등급판독소프트웨어가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만을 선별하여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제도에서는 등급을 매길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과 등급판독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선 내용등급제의 자율등급표기(Self-Rating)방식이 한계를
가진다고 인식하여 제 3자 등급부여방식과 병행하여 쓰여지고 있다.
자율등급표기방식이 자신이 각각의 웹페이지에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라면 제 3자
등급부여방식은 자율등급표기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허위로 작성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여 특정 이미지와 문자를 판별할 수
있는 로봇을 이용하여 등급을 매겨주는 방식이다. 자율등급표기와 제 3자
등급부여방식이 연동되는 시스템은 자신이 분류한 결과물이 등급적정 검사를
거쳐서 수정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자율등급'의 의미는 사라진다. 또한
등급시스템은 검색엔진이나 지적 소유권등에 활용될 수 있는 확장 가능한 구조를
갖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실질적인 차단은 여러 방면에서 일어날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불건전사이트'에 대한 10만 8천여건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차단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업체에 제공하고, 정부에 의해
PC방 차단프로그램 설치가 의무화되는 조치가 취해짐에 따라 애초에 자율규제의
취지는 크게 훼손되었을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정보접근권에 대한
침해의 소지가 크다.
또한 그 동안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던 이미지 분석기(Image Analysis)의
인식문제는 의도하지 않은 차단을 낳을 수 있다. 자율등급DB를 포함하여 거의 모든
웹페이지에 등급을 부여하는 이 기술은 사회적 맥락에 대한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점, 입력되는 이미지의 패턴이 무한대이기에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힘들다는
점등으로 많은 유해사이트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많은 사이트들이 차단될 위험이
있다.
2) 내용등급제의 법적 검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 법률은 국회의 의결을 거쳐 2001년
1월 16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로 공포되어 2001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시민단체들과 네티즌의 반발로 개정 최종안에는 내용등급제에 대한 언급은
없으나, 제5장 41조(청소년 보호를 위한 시책의 마련 등) 중 내용선별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보급을 명시하고 있고, 대중매체를 통해 내용등급제 시행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것이 확실하다.
또한, 청소년보호법의 심의기준에 의거한 청소년 유해물 표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는 이에게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는 일련의 조항들은
반사회·비윤리적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다.
그리고,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음란한 부호등을 배포한 이에게 형사처벌을 하도록
한 조항은 '음란'개념이 일괄적이고 합리적으로 적용되지 않은 국내의 실정에서
표현의 자유에서 보장되어야 할 '저속'한 표현까지도 침해할 수 있다는 점, 매체의
특징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법률이라 하겠다.
4. 마치며
기존의 매체가 소수가 다수에게 일방향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들 소수를
국가에서 규제했다면, 인터넷은 소수에 억눌린 다수의 다양한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는 매체로서 전세계를 연결하는 수평적 네트워크의 무한한 결합이라 할수 있다.
또한 인터넷의 특징인 익명성으로 인한 개인 정체성의 표출은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질 수 있다.
인터넷에서의 다양한 표현을 일률적인 잣대로 등급을 나눈다는 발상은 기준을
부여하는 기구에 의해 가치가 평가된다는 것이고, 이를 모호한 법률적 근거가
뒷받침한다는 것은 다른 가치들이 자기검열이나 법적 강제를 통해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청소년보호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정작 청소년을
위한다면 사회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동일함을 강제함으로써 나타날 획일화된
전체주의적 폭력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