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도 작은 따옴표 때문에 차단되었다가 작은 따옴표를 삭제하고 다시
올립니다.
김진균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 서울대 교수)
인터넷검열반대 사이트파업에 임하며
오는 7월 1일부터는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시행됩니다. 지난 해 논란 끝에 국회에서
삭제되었던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시행령을 통해 부활한 것입니다. 또 오는
9월부터는 이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적용되는 차단소프트웨어가 PC방에 의무적으로
설치됩니다.
정부에서는 이 등급제가 세계적인 추세이며 민간자율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문제는 등급제가
어떤 방법으로 시행되느냐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단체들이 지적하는 것은 그
이전의 문제, 즉 등급제의 시행주체와 시행기준의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정부가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시행하는 것은 검열이고, 정부가 자신들의
기준을 인터넷에 관철시키는 것은 사실상 국민의 사상·표현의 자유를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라는 것이지요.
아시다시피 인터넷내용등급제는 행정위원회의 하나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시행하게 됩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그간 PC통신과 인터넷에서 그들이
생각하기에 불온한 내용들을 삭제하고 차단하는 일을 해왔으며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통신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지정해 왔습니다. 정보통신부 장관에 의해
위촉된 위원들이 심의를 맡고 있으며, 심의 결과를 정보통신부에 보고해 왔고,
윤리위의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윤리위는 이에 대한 취급거부, 정지 또는 제한을
명령하도록 정보통신부장관에게 건의해 왔습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하는 일이 민간자율이라는 것은 궤변입니다. 인터넷내용등급제 또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2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라는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도록 되어있으며 이는 정부의 검열일
뿐입니다.
등급제의 판단 기준도 문제입니다. 지금 정부가 시행하는 등급제의 기준은
이를테면 김인규 교사의 홈페이지를 음란물로 판정하거나 아이노스쿨을
폐쇄하여 논란을 빚고 있는 바로 그 기준들이기 때문입니다. 명분상으로는
청소년보호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판단 기준은 청소년에게 유해한지가 아니라
정부가 보기에 청소년에게 유해할 것 같은 내용, 즉 지배권력을 불쾌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불온한 내용들이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청소년보호법은 전국노동단체연합의 <노동전선> 등 노동·정치·사회적 내용들을
반사회적이라는 이유로, 동성애를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해 왔습니다. 더구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정보통신부 장관이 불온하다고
생각하는 통신은 무조건 삭제하고 폐쇄하도록 하여 위헌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의 위력이 인터넷내용등급제와
결합한다면 더욱 가공할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불온이야말로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인터넷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어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논란은 새로운 미디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전형적인 것입니다. 자살 사이트의 폐쇄나 김인규
교사 홈페이지의 폐쇄나 아이노스쿨의 폐쇄는 사실 청소년 보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불온하기 때문에 차단되었으며 막무가내로
차단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검열입니다. 과거 군사정권이 금서목록을
작성하여 배포하던 행위와 하나도 다를바가 없습니다.
또한 7월 1일부터는 가상연좌시위와 같은 온라인 시위가 금지됩니다. 정부에서는
온라인 시위가 서버에 위협적이기 때문에 금지되어야 한다며 5년 이하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형사처벌에 처하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정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시위를 할 경우에는 그 2배로 처벌되고 미수범도
처벌됩니다. 그러나 집회시위결사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현실 공간에서 요상한 논리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해온데 이어
온라인에서조차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억압하고 있는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절로 획득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동에 나섰습니다.
우리는 인터넷내용등급제 반대와 온라인시위 보장을 주장하며 우리의 홈페이지
문을 스스로 닫고 사이트파업에 들어갑니다. 인터넷은 정부의 것이 아니라
네티즌의 것이며 시민의 것이고 노동자의 것입니다. 이 파업은 제 입맛에 맞춰
인터넷을 재단하고 민주주의를 죽이려는 자들에 맞서 우리의 자유로운 인터넷을
지켜내기위한 첫걸음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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