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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673
글쓴날 : 2001-08-10 17:29:00
글쓴이 : 행동하는IJ 조회 : 1688
제목: 게시판의 욕설, 고소당한 시청자

게시판의 욕설, 고소당한 시청자
 
여론매체부로 옮겨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방송 정책과 노조 등을 맡고 있는
김소민입니다. 게을러 여러분께 따끈따끈한 소식 전해드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첫 인사는 인터넷 게시판 토론문화에 대해 생각할 거리, 또는 방송이라는 권력과
개인이 서로의 권리를 주장하며 맞서는 상황을 보며, 저와 다른 기자들 사이에
있었던 '작은' 논쟁을 전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지난달 31일께 임아무개씨라는 분이 독자투고를 보내 오셨습니다. 

대구에 사는 임씨는 대구문화방송 100분 토론 '편가르기 사회, 해법은 없나' 편을
무척 기다렸나 봅니다. 그런데 막상 긴장하고 텔레비전을 켜니, 대구문화방송이
자체 편성한 엉뚱한 프로그램이 하더랍니다. 화가 난 임씨는 실명과 주소 등을
밝히고 회원으로 등록한 대구문화방송 홈페이지에 들어가 게시판에 욕을
남겼습니다. 임씨가 쓴 욕은 지난번 추미애 의원이 조선일보 등에 던진 말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임씨는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에 너무 화가나 자극적인 방법을 쓰게 됐다"며
"항의하는 방법에 문제는 있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올린 글이 삭제되거나 항의 전화 정도 받을 줄 알았던 임씨에게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글을 올리고 5일 정도 지나 경찰서에서 전화가 온 것입니다. "수사
의뢰가 들어왔다. 게시판에 욕을 한적 있느냐. 조사할 것이 있으니 경찰서에 와
달라"고 했답니다. 

임씨는 "실명과 전화번호를 남겨 뒀는데 방송국쪽에서 연락을 취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경찰에 신고한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겁주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임씨를 경찰에 신고한 대구문화방송 홈페이지 관리자는 "사이버
공간에서 명확한 근거도 없는 욕설을 마구 쓰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회원제로 바꾸고, 게시판에 욕설을 쓰지 말 것을 당부하는 글도
올려놨지만 소용이 없어 일벌백계차원에서 임씨를 신고했다"고 말했습니다. 

실명과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왜 먼저 연락을 취해보지 않았냐는 질문에 관리자는
"이런 욕설을 올릴 사람이면 본인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신원이라도 확인해 보려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관리자는 "임씨가 욕설을 담은 글을 13개 올려 한 페이지를 도배하다시피 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은 채 억울하다며 신문사에 연락한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흥분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다른 기자들과 잠깐 이야기해 봤습니다. 한 기자는 "경찰서에
오고 가는 것은 당사자에게 큰 고역"이라며 "협박성도 아니고 단순히 홧김에 쓴
글을 두고 다른 방법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경찰에 신고한 것은 결국 힘없는
시청자의 입을 막자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저는 "대구문화방송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임씨가 한 일도 일종의 폭력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공권력에 호소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권력이
있는 집단이라도 자신들의 권리를 법적인 방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는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다른 기자는 저에게 "상황에서 권력 관계를 빼고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고
군사독제 정권 시절, 권력 있는 집단이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에게 끼친 폭력의
예를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인터넷한겨레 뉴스메일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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