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금지구역'의 묵시록/ 심광현
지난 여름 한 중학교 미술교사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기 부부의 `나체 사진'을
올려 놓았다가 `긴급체포' 및 `직위해제' 등의 큰 `봉변'을 당한 일이 있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 일은 학생들에게 미칠 `교육적 악영향'을 이유로
일부 학부모들이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건'으로 비화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청소년보호위원회까지 개입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게 되었다. 아직 재판에 계류 중인 이 사건은 최근 충남 교육청이 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조처를 내리면서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 평론가는 이 사건을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이 충돌한 `교통사고'로
비유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쟁점이
아니라 `문화교육'과 `입시위주 교육' 간의 충돌이다. 김인규 교사에 의하면 이번
일이 대형사고로까지 발전한 배경에는 특기적성교육을 정규과목 보충수업으로
대체하려 한 학교장 및 일부 학부모들과의 오랜 대립이 깔려 있다고 한다.
입시준비가 급한데 미술교육의 중요성을 고집하는 미술교사가 눈에 가시인 터에
나체 사진 따위로 학생들을 `현혹'하기까지 하니 추방하기 좋은 빌미가 생겼다는
것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듯이 고등학교의 특기적성교과 운영이 실제로는
92% 이상 입시 보충수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놀랄 일도 아닌
셈이다. 게다가 내년부터 제7차교육과정에 따라 전체 이수과목 수가 줄면서 예체능
교과목의 비중은 더욱 축소될 모양이다. 교육부 지침까지 어겨가면서 입시위주
교육에 전력을 투구하는 학교 당국은 학부모들 핑계를 대며, 학부모들은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변명하기 바쁘다. 물론 이런
와중에서 속이 곪는 것은 학생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교육받은 아이들이 정말 경쟁력이 있을까? 이미 도래하고 있는
지식기반사회에서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 아니다.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지
않을 수 있는 판단력,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수 있는 상상력과 창의성 그리고
모험심이 관건이다. 문화예술교육이야말로 이런 능력을 키우는 데 적합한
교육이다. 이런 문화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프랑스에서는 지난 해
“기초교육=예술교육”이라는 테제를 내걸고 문화부와 교육부가 협약서를
체결하고, 예술교육을 정규 교과목의 중심교과로 설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못나가더라도 특기적성교육마저 입시보충수업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미래의 경쟁력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꼴이다. 물론 경쟁력은 문화교육의
부수효과에 불과하지만, 워낙 경쟁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 곱씹어 보기를
권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김인규 교사는 우리의 학교를 `문화금지구역'이라고 부른다. 신체를 움직이고
감각을 다듬고 꿈을 꾸고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활동의
기회를 정규교육에서 원천 봉쇄하고 단지 지식교육만을 강제하는 것은 미래의
성인들을 `지식기계화'하는 꼴이다. 결국 우리 사회는 부지중에 우리 아이들을
`사이보그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니 아이들이 학교 가기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교에서 금지된 문화를 아이들은 소비문화에서 보충하지만, 소비문화는
문화적 편식증을 키울 뿐이다. 최근 대안학교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여전히 문화금지구역에 갇혀 지내고 있다. 물론 힘없는 아이들은 오늘
에로스의 억압을 참아내겠지만, 내일 그들의 억압된 문화적 무의식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타나토스로 변신하여 회귀할 것이다. 그런 무서운 미래를 피하기
위해서는 `문화금지구역'을 하루 속히 해제하고, 학교교육에서 문화교육의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 알량한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심광현/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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