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섹션 : 정보통신 등록 2001.11.04(일) 22:47
표현자유 손들어준 미 연방대법원
지난달 30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한 판결이 많은 얘깃거리를 낳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미성년자들이 게임방 등에서 부모의 동의없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의 비디오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한 인디애나폴리스 시 조례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린 항소법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게임 업체들과 게임방 업주들은 인디애나폴리스가 지난 7월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18살 미만의 미성년자들에게 폭력·음란 비디오 게임을 하도록 허용한 게임방
업주에게 위반 건수당 하루 200달러씩의 벌금을 물린다는 내용의 조례를 마련해
시행에 들어가자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이 나오자 게임 업체들은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미국 헌법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운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인디애나폴리스 시당국은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인다면서도 “장삿꾼들의 상술에
헌법이 유린당했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면서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이 있게 한 힘은 자유시민 정신”이며 “특정 비디오 게임이
어린 자녀들에게 교육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아닌지는 법이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 대법원은 이번주 또다른 판결 하나를 앞두고 있다. 대법원은 실제 장면을
담지 않은 가상 어린이 포르노물도 유통을 금지한 연방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게
된다. 항소법원은 지난해 이 법이 인터넷을 불필요하게 감시하고 규제하는 데
악용되면서 `말할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위헌판결을 내렸다.
인터넷 규제철폐를 주장하는 많은 사이버 단체들은 크게 환영했지만 로버트
플로레스 전 연방검사는 “어린이포르노물이 순식간에 인터넷을 뒤덮을 것”이라며
“미 수정헌법에 이런 상황까지 보호하라는 근거는 없다”고 맞섰다.
이런 논란들에 대해 전 하버드대 교수 존 밀러는 “최근 동시다발 테러 이후 미국
역사가 일궈온 자유와 인권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사회 각 부문에서 무조건
양보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다발 테러 이후 전자주민카드제 도입문제도 급부상했지만 아직 큰 진척이 없는
상태다. 밀러 교수는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장면을 떠올리면 누구나
전자주민카드 그 이상도 허용돼야 마땅하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개인의
사생활이 언제 침해될지도 모를 위험한 도구가 일사천리로 채택되지 않는 게 바로
미국의 저력”이라고 말했다.
함석진 기자sjham@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10000000/2001/11/0100000002001110422470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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