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가 공감하지 않는 표현이라도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를 보호해야"
[대학생이 만난 문화인④]'알몸누두'사건 김인규 교사
전북대 김은실 기자
01년 11월 17일 16:49
대한 민국 현직 교사 최초로 ‘알몸’으로 온라인상에 등장한 미술교사 김인규 씨.
그와 그 아내의 ‘알몸’은 아름답게 형상화된 그 무엇이 아니라 깡마른 남자와
만삭의 여인의 ‘알몸’ 그 자체였다. 사회적으로 외설 논란이 됐던 전 미술교사
김인규씨. 파문 이 후 징계처분 3개월로 교단에서 물러나 현재 재판중이다. 문제의
작품과 그의 가슴에 내장된 ‘몸의 철학’을 들어봤다. 진짜 몸에서 정신적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작품에서 진정으로 의도한 바는.
산업사회에서 ‘몸’은 일정한 상품으로 규격화되고 그 규격에 자신의 몸을
소비하는 포로가 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여러
의미가 제거된 채 성적 기호로만 파악되는 것에 반대하며 진짜 ‘몸’을 느껴보게
하고 싶었다. ‘어머니의 손’에서는 삶의 여러 가지 정신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나. 몸과 정신을 쪼개면 몸은 배재의 대상이 되고 성적인 대상만 되는
것이다. 문화유적으로 지난 문화역사를 추측하듯 몸은 한 사람의 삶이 누적된
역사적 공간인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몸은 저급하고 정신은 고고하다는
이원론적 사고에 빠져있다.
왜 인터넷에 작품을 올렸는가.
인터넷이란 공간 자체가 성을 소비의 기호로 전락시키는 폐해가 있기에 선택했다.
인터넷의 소비 중 80%정도가 몸일 것이다. ‘섹시’와 대조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실제 몸과 디자인 된 몸의 격차를 느끼고 그 순간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남성은 ‘저급한 몸’을 몸적인 존재인 여성을 통해 배설한
뒤 여성을 지배하고 자신은 ‘고고한 정신’으로 남길 바랬다. 이것이
가부장제이며 이 제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삭제를 거절했던 이유는.
단 한순간이라도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서였다. 나의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을때 내가 삭제를 했다면 그건 나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란 걸 인정하는 것이다. 미술은 시각언어이다. 언어의 가장 기본은
시각 언어다. 사고와 인식에 가장 밀접한 언어가 바로 시각언어로 미술가는
시각적인 환경을 다루는 사람이다. 시각적으로 감춰진 부분을 드러냄으로써
객관화시키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내 작품이 법정문제가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인간의 신체를 추하고 필요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을 뿐이다.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는 소수의 표현의 자유다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해야한다고 생각하는지.
헌법엔 표현의 자유가 명시돼 있다. 조선시대에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표현은
볼기를 맞지 않았다. 지금도 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표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는 다수가 공감하지 않는 표현이다.
민주주의는 소수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지므로 대다수의 의사에 반하는
표현이라도 허용돼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의식의 자유로움을 두려워하는 집단
공포에 사로잡힌 것 같다. 이렇게 성숙하지 못한 사회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그 ‘광기’를 부린다. 대학 다닐때 연극반이었는데 대본을 검열하고
연습을 했다가 연출과정에서 대본과 다르다는 이유로 교수로부터 연극을 중지
당했다. 그리고 나는 징계를 받았다. 지금도 대학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자보
문화나 게시판 의견 게진으로 고민한다는 말을 들으니 씁쓸하다.
사회적 반응에 대한 생각은.
내 개인사이트에 작품을 올렸다. 이미지의 맥락이 글과 같이 분명히 드러났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작용하느냐의 문제에서 옳으냐 그르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지 나체를 아예 금기시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재밌는 것은 일이 터지고 실시한 신문의 설문조사에서 일간스포츠의 독자는
70%가 외설이라고 한 반면, 한겨레에선 70%가 예술이라고 답했다. 남자가 더
심하게 비난하는 것은 규격화된
여자의 누드가 아니고 같이 서 있는 남자의 알몸이 자신들의 권위를 상실하게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전미술의 누드화와 달리 내 작품이 문제가 된 것은
내가 ‘현존하는 대한민국의 품위있는 남자 미술교사’이기 때문이다.
파문 이후 잃은 것은 무엇이며 당시 작품에 후회는 하지 않나.
절대 내가 사이트에 올린 것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만 익명의
미술선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잃어버린 평범함이 아쉽다.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람들은 책을 내보라느니 뭔가 기회를 타서 상업적인 이득을 취할 것을 권하지만
유명세도 나에겐 치유할 수 없는 ‘낙인’에 불과하다. 난 단지 평범한 미술교사로
머물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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