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1년 11월 18일자
이메일 유료화 '교묘한' 설문
전자우편 솔루션 공급업체 나라비전은 지난 6~10일 전자우편 서비스
사이트(kebi.com) 방문자 2980명에게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추진중인 `온라인
우표제'에 대해 물어본 결과, 46.5%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우표제는 다음의 전자우편 서비스 `한메일'을 유료화하는 것이다.
나라비전의 조사결과는, 전자우편 서비스 유료화에 찬성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전자우편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이를
반기며, 서비스 유료화에 반대하는 네티즌을 설득하는 도구로 활용할 태세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조사결과는 많은 허점을 안고 있다. 우선 온라인 우표제를 하면
스팸이나 광고성 메일을 막을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설문조사를 한 게 잘못됐다.
나라비전은 설문조사의 보기로 “불필요한 스팸메일이나 광고성 메일의 범람을
막을 수 있어 찬성한다”는 문구를 사용했다.
다음의 온라인 우표제는 전자우편을 한꺼번에 1천통 이상 보내는 경우 5~10원씩
받는 것으로 돼 있다. 5천~1만원이면 1천통을 보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1천개의
전자우편 주소를 모은 사람이 온라인 우표 값 5천~1만원이 아까워 전자우편 발송을
주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를 감안하면, 나라비전은 온라인 우표제의 실체를 모르면서 설문조사를 했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일부러 스팸과 광고 메일에 골치를 앓고 있는 네티즌들의
심리를 이용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인터넷 내용등급제에 대한 동아닷컴의 설문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10월26일치 A6면)는 10월19~25일 동아닷컴을 찾은 네티즌 5013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등급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81.8%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사도 “청소년 유해 사이트에 청소년 사용 불가 표시를 하는 인터넷 등급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부터 잘못됐다. `청소년 유해 사이트에
청소년 사용 불가 표시를 하는'은 청소년유해매체물표시이지 인터넷 등급제가
아니다. 인터넷 등급제는 컴퓨터에 선별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를 한 정보가 차단되게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인터넷 내용등급제 반대 운동을 펴고 있는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실장은
“<동아일보>가 인터넷 등급제를 모르거나, 여론을 왜곡하려는 목적을 갖고 한
설문조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악용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김재섭 정보통신 전문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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