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매체 비평
하니리포터 > 문화 > 방송매체 비평
'조폭영화'에 대한 단상
최근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폭발적인 흥행성공을 이루고 있고,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도 하다. 영화 ‘친구’가 전국관객 800만을 넘어선데
이어 ‘신라의 달밤’, ‘조폭마누라’ 등이 500만 이상의 관객 동원을 기록했고,
‘달마야 놀자’가 이전 영화들보다 빠른 속도의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일부 영화팬들은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와이키키
브라더스’,‘라이방’ 같이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영화들이 흥행에서 참패를 한
것을 들어 우려를 표명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흥행에 실패하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조폭영화들의 흥행몰이와 그것을 꼭 연관짓기 힘든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 이전에도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이나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 같은 영화들도 흥행에선 참패를 면치 못했기 때문에
조폭영화들의 흥행성공이 우리 영화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우리 영화의 관객점유율을 40% 가까이까지 신장시킨 역할도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물론 대형배급사들이 배급망을 가지고 좌지우지하는 지금의
시스템은 상당부분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이고, 일부 작품에 흥행이 몰리는 부분들이
조폭을 소재로한 코미디 영화제작만을 부추기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충분히 개선해나갈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보고, 또 반드시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조폭영화들 탓에 사람들이
과격해지므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해야한다는 목소리들이 조금씩 커져가는 것이다.
지난번 친구를 40번 본 중학생이 수업시간에 친구를 살해한 사건을 보면서
매스컴들은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그 학생이 지속적으로 왕따를 당했고, 폭행을
시달렸던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게 취급하면서 영화 친구를 40번이나 봤다는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영화를 보고 살의를 느낄 수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기에 바빴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모방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지나친 표현은 제한해야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은 한겨레 신문의 칼럼을 통해 ‘영화에
대한 관객의 맹목적 반응이 사회적 질환의 한 징후임을 읽어낼 수 있는 사회적
진단능력의 유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화 ‘친구’의 표현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에 대한 우리사회의
신드롬을 통해 우리 사회의 사회적 질환의 징후를 읽어내고 거기에 대한
진단능력을 키워나가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광현 원장의 말대로 무감각해져버린 우리 사회야말로 어느때보다
'표현의 자유’를 확대해서 문화적 히스테리와 사회적 이상현상을 예민하게
감지해야할 시급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문화평론가 조흡 교수(동국대 영화영상학) 역시 ‘대중이 짓눌리고 있어 폭력을
바란다’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 조폭영화가 각광받는 세태는 대중들이 폭력을
필요로 할 만큼 사회적 억압이나 스트레스에 짓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IMF 이후 개개인이 사회로부터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누적돼 오다가
지금 시점에 폭발한 것이고, 이것이 조폭이라는 아주 상징적이고 눈에 보이는
폭력으로 영화 속에서 반영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폭영화들은 결국 이런 징후들을 드러내주는 재난경보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수도 있을 것이다. 조흡 교수(동국대 영화영상학) 역시 조폭 영화
붐에 대한 비판이 내용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결과적으로
대중의 욕구를 통제하려는 지배그룹의 의도에 기여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심광현 원장은 “문화와 예술은 요셉 보이스의 말처럼 ‘잠수함 속의 토끼’이며,
한 사회의 이상현상을 먼저 감지하게 해주는 건강한 경보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진단은 오히려 역방향을 취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징후를 질병 자체로 오인하고 징후를 제거함으로써 되려 질병을 심화시키고 마는
오진이 여기 저기서 벌어지고 있는데, 청소년보호를 빌미로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고 `미풍양속'을 빌미로 예술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려는 보수적 정책들이
그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징후를 제거하여 문제를 봉합하려는 것은 재난경보기를 제거하는
것만큼이나 위험천만한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조폭영화의 폭력성 논란이 검열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서는 안된다.
하니리포터 지승호 기자 / triana@freechal.com
웹진 시비걸기 편집장 "http://www.freechal.com/sibi"
편집시각 2001년11월27일16시32분 K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