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입니다.
최근 기사 가운데 가장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기사라 생각되어
퍼왔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인터넷등급제가 위험한 이유
인터넷 내용등급제 폐지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등급제 반대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단식 농성도 잇따르고 있다. 명동성당에서는
네티즌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서울 종로구 정통부 앞에서는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가 비바람에 노출된 상태로 철야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통부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정통부 관계자는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와 차단은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내용등급제는 민간 자율로 추진되고
있는 것인데, 왜 정통부를 상대로 농성을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관계자도 “유해매체물 표시를 하고 차단하는 게
불만스러우면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요구하고, 내용등급제는 민간 스스로 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고 했다. 이들은 또 “내용등급제는 법과 상관없이
캠페인 형태로 추진되는 것”이라며 “시민단체들이 유해매체물 표시제와
내용등급제를 섞어, 정부가 내용등급제를 강제로 시행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보 제공자와 이용자쪽에서 보면 둘을 분리해 설명하는 정통부와
윤리위 태도가 더 바보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동성애자 사이트를
유해매체물로 분류할 정도로 합리적이지 못한 정부 잣대로 등급을 매기고,
그에 따라 네티즌의 정보 이용권이 차단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청소년유해매체물', 어떤 것은 `음란·폭력물'이란 이름으로 분류되는
것만 다르다.
내용등급제를 민간 자율에 맡겼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정통부는
내용등급제를 직접 시행하려다 여론의 반대에 부닥치자 시장에 맡겼다.
민간단체와 기업들이 수익사업으로 내용등급제를 하게 했다. 표현의 자유와
정보 이용권이 사업자들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서도 제한을 받게 됐다.
내용등급제 상품의 주 고객은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다. 사업자들이
부모들의 `자녀 보호' 본능을 미끼로 이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음란·폭력물 분류 잣대를 더욱 넓힐 게 분명하다. 도서관이나 피시방 한곳이
컴퓨터에 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았다가 언론의 무차별 공격을 받고,
이를 계기로 전국의 모든 학교, 도서관, 피시방 등이 모두 내용등급제에
동참하는 상황도 예상해볼 수 있다.
동성애자 사이트가 유해매체물로 지정될 정도라면, 장애인 사이트, 키 작은
사람들의 모임 사이트, 왼손잡이 동호회 사이트 등도 유해매체물로 지정될 수
있다. 적어도 `시장'에서는 가능하다.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이 비바람
몰아치는 거리의 찬 시멘트 바닥에서 단식 농성까지 하며 내용등급제를
막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겨레
2001.12.3
김재섭 정보통신 전문기자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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