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유로워야 할 ‘정보의 바다’까지 국가검열이라는 낡은 잣대로 재단하려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인터넷 내용등급제 철회를 요구하며 5일로 9일째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앞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거리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창수(38·사진) 새사회연대 대표는 “청소년 보호라는 허울로 국민의 알권리를 차단하는 내용등급제는 디지털 시대의 국가보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통부는 지난달 1일 인터넷 사이트에 청소년 유해정보 표시를 의무화하고 내용차단 소프트웨어를 보급하는 등 ‘자율적인’ 인터넷 내용등급제를 강행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픽스’(PICS)라는 전자적 부호를 표시한 뒤, 피시방이나 학교·도서관 등에 마련된 컴퓨터에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것이 그 뼈대다.
이 대표는 “인터넷 내용등급제 실시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지정한 ‘청소년 유해매체물’은 물론 내용 등급표시를 하지 않은 무등급 사이트까지 접속이 차단될 수 있다”며 “이는 공권력이 과거와 같이 사전검열을 할 수 없는 새롭고도 강력한 미디어 환경인 사이버 공간을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마련의 검열조처”라고 말했다.
진보네트워크를 비롯해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주노동당 등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이 지난 10월22일부터 45일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민주노총·참여연대 등 각계에서 비판성명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90년대 초반부터 진보정치연합·민중정치연합 등을 거치며 인권운동에 관심을 쏟아온 이 대표는 “청소년 유해매체물이라는 모호한 기준에다, 차단 소프트웨어까지 설치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정통부의 기준에 맞지 않는 사이트는 모든 걸러내겠다는 뜻”이라며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는 인터넷내용등급제를 폐지시키기 위해 전체 시민사회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정인환 기자 / inhwan@hani.co.kr
사진 윤운식 기자 / y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