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으며 인터넷 지키는 사람?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 인터넷등급제 폐지 무기한 단식
이준희 기자
인터넷을 지키기 위해 밥을 9일째 굶고 있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밥을
굶어서야 되겠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 사람은 정말로 심각하다. 밥을
굶으면서까지 인터넷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는 뭘까?
서울 세종로 미국대사관 옆 한국통신 건물. 이곳에 한국 정보통신 정책의 사령탑인
정보통신부(아래 정통부)가 입주해 있다. 이곳에서 지난 11월 27일부터 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인물은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다.
인터넷등급제 폐지 단식농성 9일째인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 © 이준희
이 대표의 농성에는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 [동성애자차별반대 공동행동]
[청소년보호법폐지와 표현의 자유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지의사를
밝히고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정말로 심각한 이 사람의 단식이유 - 인터넷등급제 폐지
이 대표는 정통부가 시행중인 인터넷내용등급제 폐지와 정통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며 겨울추위와 허기에 맞서고 있다. 이 대표는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아직까지 신체에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작년부터 인터넷등급제를 반대하는 정보통신 검열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러다 최근에 정통부가 '음란'성을 이유로 동성애사이트인 엑스존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한 것을 보고는 정보통신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판단에 단식농성을 결심한 것.
"평범한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퇴폐등급으로 분류되어
온라인에서 조차도 철저히 배제된채 폐쇄 직전에 놓여 있습니다. 힘없는 민중들은
정보사회에서 또다시 인권을 유린당한 채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온라인에서조차 인권탄압이 저질러지고 있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넷등급제에 의한 소수자 사이트들의 폐쇄조치라고 말한다.
이 대표가 단식농성을 벌이자, 민족예술인총연합, 인권실천연대, 참여연대 등이
지지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처음엔 아무런 반응이 없던 정통부가 참여연대의
성명을 보고는 6일 관계자들을 만나자면서 태도가 변했다.
또한 4일 오전 사회민주단체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국농성을 돌입하면서도
'인터넷등급제 폐지'를 주장하는 등 이 대표의 단식농성이 서서히 사회적인
파급력을 나타내고 있다.
광화문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의 관심도 높다. 점심 때를 이용해 거리 선전전을
벌이고 있는데, 유인물 3천5백장이 벌써 바닥나 1천5백부를 더 준비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 마인드가 정통부엔 업습니다. 그래서 정통부 장관
퇴진을 주장합니다." © 이준희
반면 애로사항도 있다. 미대사관 주변을 경비하는 경찰들이 텐트를 치지 못하게 해
야간에는 명동성당으로 거처를 옮겨 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재 명동성당에는
인터넷등급제 폐지, 정통부 장관 퇴진을 주장하며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이
45일 가까이 릴레이 단식농성을 진행중이다.
"인터넷등급제는 정보사회에다 국가검열체제를 도입하는 시초입니다.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포장해 사회적 소수자들을 등급제의 희생양으로 만들고,
사이버 인권탄압의 전주곡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인터넷등급제 반대투쟁이 정보사회의 민주주의를 만드는 투쟁이라고
말한다. 그는 정통부 장관 퇴진이 과도한 주장이 아니냐는 질문에 장관이 응당
퇴진해야 한다고 단호히 주장한다.
"정보통신 사회의 틀을 짜는 정통부 장관이 정보화사회의 인권 마인드가 전혀
없습니다. 온라인을 사업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어요. 그가 정보사회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마인드를 지녔다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인권과 정보사회의 상관성을 책임있게 규명하고, 온라인상에서도 국민의 인권의
보호해야 할 의무가 정통부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가 보기엔 정통부는 전혀
그런 의식이 없다는 것.
"정보사회와 인권 마인드 없는 정통부 장관 물러나야"
"정통부는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하에 자신들의 주장만 강변하려고 하지, 자기들
이외의 네티즌과 정보운동 사회시민단체의 의견을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주장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통신 관료집단인 정통부의
현실입니다."
겨울추위, 허기와 맞서며 인터넷의 인권과 자유를 지키겠다는 이 대표. 그는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정통부 관료들은 '인터넷등급제가 온라인의 소수자 인권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죽이며, 사이버 검열의 잣대로 작용한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01년12월05일
ⓒ 디지털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