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진보언론이 함께
하는 '인터넷의 자유를 위한 동시다발 글쓰기' 캠페인입니다. 지배권력의 인터넷
재구조화에 맞서 우리의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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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내용등급제'라는 코미디, 그리고 '청소년보호법'이라는 무덤에 대하여

이원재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정보팀장 / redgang@orgio.net)

"현재 인터넷은 전쟁 中" 

지난 해 '통신질서확립법 반대운동'으로 달구어진 인터넷이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른다. 물론 정부와 자본이 시도 때도 없이 IT 산업의 장밋빛 그림을 화려한
이미지와 언어로 포장하여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그것만은 아니다.
최근 들어 정부와 주류 언론은 오히려 음란, 자살, 폭탄 그리고 병역거부 등 일명
'반사회 사이트'와의 성전(?)을 강조하며 역설적으로 인터넷의 잠재된 위험성을
폭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보통 사람의 일관된 사고 체계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주장들이다. 인터넷의 유토피아과 디스토피아가 온갖 매스미디어들 속에
현란하게 공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둘러 싼 최근 동향은 하나의 시선으로 접근하면 매우 일관성 있는
흐름이기도 하다. 바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지배권력(국가권력과
자본으로 대변되는)의 포괄적인 흡수과정이자 재구조화과정"이라는 시각 말이다.
왜냐하면 지난 국회를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된 각종 디지털 관련 법안들의
밀어 부치기식 입법화, 이를 기반으로 한 규제 단속 중심의 정책 및 공권력 집행,
자본의 이해를 중심에 둔 각종 유료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지원,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정부와 언론의 보수적 이데올로기 공세가 단편적이라기
보다는 총체적인 인과성과 개연성을 내재한 채 최근 들어 급작스럽고 은밀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보호법'이라는 무기

한편, 최근 들어 인터넷을 둘러싸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배권력의 재구조화
과정에서 가장 커다란 힘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청소년보호법',
'청소년보호위원회'라는 국가장치와 '청소년보호'라는 이데올로기이다. 물론 최근
들어 정부와 언론 그리고 보수적인 시민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및
디지털문화의 음란성과 유해성에 대한 잣대로 제시하고 있는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보호 이데올로기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는 한국사회의 거대한
문화보수주의에 항시적으로 내재해 왔던 막강한 이데올로기 중의 하나이고,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성적 표현을 중심으로 제시되어 온 불패의 신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패의 신화는 조금만 뚜껑을 열어보면 도덕적으로
건전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음탕한 논리에 불과하다. 
먼저 청소년 보호 이데올로기는 궁극적으로 청소년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 보호 이데올로기는 청소년들의 인권, 문화권 등의 보장 및 진흥을
관심에 두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문화적 욕망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청소년보호법의 탄생설화 자체가 그러하듯, 이는 각종 사회적
표현물과 청소년의 일탈에 대한 국가장치의 부정적 통제를 위한 외피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말해 청소년 보호를 비롯한 각종 정책은 정작 일제 시대의 '훈육과
육성'의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청소년보호법과 그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의 사회 현실과는 동떨어진 채 "청소년들은 순수한
존재이며, 이를 위해 항시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라는 성인들의 상징적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히려 청소년들은 사회로부터
대상화(타자화)되어 철저하게 격리되고 감시당하고 통제되며, 실제로 청소년
문제와 성적 표현물의 문제만이 자연스럽게 등치 되는 어이없는 효과가 파생된다.

그리고 청소년보호법과 그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삶과 사회 전체를 철저하게 성인과
청소년(미성년)의 세계로 분리하여 매우 작위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대립관계로
구조화한다. 미성년과 성인, 학생과 교사, 자녀와 부모, 청소년과 일반시민 등의
이분법을 통해 주체의 문화적 욕망과는 무관하게 상호 적대적인 충돌을 통한
사회적 고립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배계급의 직접적인 개입과 통제
없이도 자연스럽게 피지배계급내의 다양한 갈등을 자생적으로 생산, 심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즉 청소년 보호와 음란성이라는 지배권력의 보수적이고 작위적인
구별짓기는, 그 순수 이데올로기와 계몽주의의 포장을 통해 청소년들 자신에게는
사회적 권리박탈과 통제를 경험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 성인에게는 새로운
감시와 통제의 논리를 스스로 훈육하게 하며, 이 과정에서 주체들의 문화적 욕망과
전복성은 상호 충돌과 견제를 통해 지배권력의 공리계에 자연스럽게 귀속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청소년 보호 이데올로기는 최근 인터넷에 대한 지배권력의
재구조화 과정에 있어 강력한 무기로 선택되었다. 인터넷성인방송국을 비롯한
반사회사이트에 대한 마녀사냥에서 잘 드러나듯이, 인터넷에 대한 청소년 보호
이데올로기의 적용은 다시 다양한 정치적 효과를 파생한다.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마녀사냥을 통해 지배권력은 현실의 모순과 역설을 철저하게 희석화시키고, 심지어
뿌리깊은 청소년 문제의 모든 해답을 인터넷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들은 "얼마나
살기 힘들었으면"보다는 "자살사이트가 죽음을 불렀다"고, "얼마나 위험한
사회인가"보다는 "폭탄사이트가 살인을 부추긴다"고, "자본주의의 성상품화가
심각하다"보다는 "인터넷성인방송국이 음란하다"고 사실을 숨기고 비약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를 통해 현실 사회에 대한 지배권력의 책임과 모순을
자연스럽게 은폐하는 정치적 탈출구를 사회적으로 형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적인 예로 인터넷성인방송국의 무차별적인 성(性) 상품화와 이윤의 논리가
용서될 수 없듯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사회적으로 묵인하고 있는 각종
황색저널리즘의 성 상품화, 뿌리깊은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주의에 의한 성적 차별,
청소년의 성을 매매하는 기성세대의 폭력성 등은 결코 간과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는 인터넷이나 청소년 보호의 문제가 본질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기생하는 현실
자본주의의 모순이 그 주된 원인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

이제 청소년 보호에는 눈곱만큼도 관심 없는 자들이, 사회의 민주화와 교육의
민주화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자들이, 청소년 보호라는 어설픈 잣대로 개인과
사회의 욕망을 검열하고 규제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인터넷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청소년 보호 이데올로기는 통신질서확립법에서
좌절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라는 '관 중심 내용등급제' 완성을 목표로 준비된
일련의 포석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미 누차 검증되었듯이 인터넷내용등급제는
국가권력과 시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작위적인 작품에 불과하며, 나아가
주류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전제로 한 검열 기제인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근대적 국가장치임에 분명하다. 푸코의 <성의 역사>를 외설로, 정신대 위안부의
기록을 음란물로 분류할 인터넷내용등급제를 건전하다고, 청소년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일종의 '구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지배권력의 검열을 통해 다양한
표현의 위축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사용자의 자기 검열을
통해 감시와 통제사회를 완성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인터넷내용등급제 그리고 이를 위해 왜곡, 확산되고 있는 지배권력의 청소년 보호
이데올로기는 청소년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대한 지배구조로 작동하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공리계이다. 따라서 청소년 보호 이데올로기에 대한 싸움은 개인의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더 이상 미루어질 수 없는
싸움이다. 비록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청소년보호법 위반 또는 음란범이라는 쪽팔린
죄명으로 잡혀간다 할지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