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진보언론이 함께
하는 '인터넷의 자유를 위한 동시다발 글쓰기' 캠페인입니다. 지배권력의 인터넷
재구조화에 맞서 우리의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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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봄, 온라인 시위는 있는가?
- 온라인 시위 지키기, 민주주의 지키기 - 

문성준 (민주노동당 정보통신차장,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 운영위원 /
moon@songjoon.pe.kr)

어느새 우리는 '온라인 시위'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유행이다 싶을 정도로 지난
2000년 하반기부터 부쩍 늘어난 온라인 시위는, 민중의 삶을 지키기 위해,
불평등한 국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부패한 정치를 바로 잡기 위해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적어도 하나는 '온라인 시위'를 지키기 위해
'온라인 시위'를 벌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바로, 온라인 시위는 위기에 처해
있다.

우선, 온라인 시위가 위기에 처한 상황을 슬퍼해야 할 이유는 있는가? 온라인
시위가 뭐 그리 대단하길래 지켜야 하는가? 아무리 따져도 온라인 시위가 길거리에
수만이 모여서 하는 시위만큼 위력을 발휘할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시내
한복판에서 수만이 모인 시위가 이 사회를 바꾸는 데에 더 큰 몫을 할 것 같다.
그러나 시위 방법의 효용성을 생각하기 이전에 정당한 집단 행동을 불법화한다는
그 사실에 놀라워 해야 하며 분노하고 슬퍼해야 하며 정당한 집단 행동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뒤집고자 시위를 한다. 권력을 가진자들만큼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언로가 우리에게는 열려 있지 않으며, 우리는 원하는 정책을 실행할
권력기구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시위를 통해 우리의 힘을 과시하고 권력을
가진 이들이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한다. 시위가 당연한 권리이며
정당성을 갖는 것은, 우리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횡포를 바로잡는,
불평들을 뒤집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001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통신질서확립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의 제48조(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등의 금지) ③항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12조(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침해행위 등의 금지)의 3호에는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의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되어 있으며 이를 위반 시
통신질서확립법에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정보통신기반보호법에서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는 위의 두 법의 각 조항은 '온라인
시위를 금지하기 위한 조항이 아니다'라는 입법 취지를 속기록에 남기긴 했지만 이
조항들이 온라인 시위를 겨냥한 조항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온라인 시위 방법
중 하나인 '서비스 거부공격'은, 다수의 시위대가 같은 시간에 같은 사이트에
접속해서 브라우저의 '새로고침' 버튼을 연속적으로 누르는 시위이다. 이는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정보통신망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는 방법이다. 또한 온라인 시위 방법으로
자주 쓰이는 '항의 글 올리기'가, 같은 시각에 같은 사이트에서 많은 시위대의
참여로 이루어진다면 그 사이트는 마비가 될 것이다. 결국엔 서비스 거부 공격과
같은 효과를 낳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정보통신부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이러한 조항을 포함한 통신질서확립법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을 입안했을 리가
없다. 작년 하반기에 정보통신부는, 표현의 자유와 시위의 자유를 요구한 민중의
온라인 시위로 몸살을 앓은 부처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 서버와 사이트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협할 수 있을 만큼의 성공적인
온라인 시위일수록 위의 두 법은 '불법'이라는 칼을 들이댈 것이며,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더라도 미수범까지 처벌하는 조항으로 시위를 조직한 단체나
개인까지 처벌하려 들 것이다. 이제 7월이면 온라인 시위가 현실 공간에서의
시위만큼이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정보통신망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의 사상과 주장을 온라인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상실하게 되며 그만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온라인 공간의 활동도 제약 받게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온라인 시위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는 것은 법조항만이 아님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환경의 변화는 정당한 집단 행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나아가 인터넷이 베풀어준 다자간의 소통으로 여러 가지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꺾고 있다. 정부의 각 부처 사이트들은 자유게시판
등 익명성을 보장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을 폐쇄하고 있으며, 행정자치부는 이용자가 지방자치단체의 사이트에
정치적인 의견을 게시할 수 없도록 하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 기관의 사이트만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페쇄적이고 파편화된 상업적 목적의 사이트들로 대체되고 있음에도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불평등하다는 것을 잠시 접어두면,
인터넷이 주는 진정한 축복은 놀이도 아니고 쇼핑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사회 상을 서로 주장하고 토론하고 추구하는 데에 용이한 공간을 제공해
준다는 데에 있다. 온라인 시위를 불법화하고 시위를 무력하게 하며 다자간의
토론과 소통을 차단하는, 단지 사이트의 운영 주체와 이용자 개인간이나 소수의
배타적 이용자 간의 파편화된 통로만 열어 놓는 인터넷 환경의 변화는, 인터넷이
민주주의에 기여할 가능성을 박탈하고 현재의 불평등한 권력 구조를 재생산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온라인 시위를 열심히 하자. 이벤트에 머무르지 말고
세상을 바꾸자는 목소리와 함께 온라인 시위의 정당성과 온라인 시위를 보장하라는
주장도 함께 외쳐야 한다. 또한 정부 기관 등 대상 사이트들이 온라인 시위 때마다
사이트의 문을 닫는 치졸한 행태를 비난해야 하며 그들 사이트들은 우리의 집단
행동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알려야 한다. 온라인 시위가
정보통신망을 위협하는 범죄행위가 아니라 보장받아야 할 자유임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도록 하여, 통신질서확립법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 우리의 시위를
처벌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안하게 고개를 숙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2001년 인터넷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사태가 참으로
가지가지다. 온라인 시위 금지, 강제적인 인터넷 내용 등급제 시행, 공공 장소
컴퓨터에 내용 선별 소프트웨서 설치 의무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차단 사이트
데이터베이스 구축, 교육인적자원부·정보통신부·한국통신의 합작처럼 정부가
나서서 개인정보를 매매하는 행태, 논의를 위해 만든 사이트조차
안티-자살-폭탄-병역거부사이트라는 요상한 이름과 함께 반사회적 사이트라며
마구잡이로 단속하는 인터넷 마녀사냥, 상업망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폐쇄하는 행위, 사회 구성원이 공유해야 하는 정보공공재를
소수의 자본에게 넘겨주는 지적재산권의 강화, 회사 내 감시 소프트웨어 도입
등등이다.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분야가 이렇게 민주주의와 정보공유를
압살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우리가 과연 우리의 주장과 이상을 표현하고 추진할
공간이 인터넷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글을 마무리하며 필자가 소리 높여 제안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바로
'사이트 파업'이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우리가 파업을 하자. 통신질서확립법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 시행되는 7월 1일을 기점으로 우리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모두 폐쇄하고 엽기적인 행각으로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자들에게 달려가 온라인
시위를 하는 '사이트 총파업'을 벌이자. 위기에 처해 있는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는 자들은 오직 우리들뿐이며 가만히 앉아서 인터넷을 떠돌아 나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날 한시의 '사이트 총파업'과 강력한 시위로 위기를 돌파하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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